[이슈&인사이트] 미세먼지 관리 정책, 과학계 협조가 필요하다
2024.06.25
5월 30일, 제22대 대한민국 국회의 임기가 개시된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왔지만 '기후정치'가 의제화한 첫 선거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전에도 각 정당들이 기후위기를 언급하고 관련된 정책을 공약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언론에서도 '기후정치', '기후유권자'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사용하였다. 올초 로컬에너지랩 등 관련 연구단체가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17,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은 기후유권자인가요?'라는 질문에 33.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응답자도 62.5%에 달했다.
총선 결과에는 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적 의제들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 정부 들어 역주행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의사 표현도 당락에 영향을 끼친 주요 변수가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는 입법·사법·행정 삼권의 분립이라는 권력 구조를 택하고 있다. 집권 세력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정책이 펼쳐지는 데는 아무래도 집행을 하는 행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막중하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도 공화당 집권 시에는 화석연료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기도 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지난 2년 우리나라는 뒤늦게 세계적 흐름을 쫓아가고 있던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이 역주행하는 경험을 하였다. '국가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에서 온실가스의 국내 감축은 축소되었다. 산자부는 2030년까지 30.2%로 하려던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의 목표를 21.6%로 하향 조정하였다. 또한 태양광 발전에 대한 마녀사냥이 결국 관련 업계를 위축시켜 해마다 신규 설치 용량이 줄어들기에 이르렀다.
기후에너지 정책의 후퇴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입증하지 못해 최종 단계에서 계약이 무산된 자동차 부품 회사도 있으며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대기업조차 미국이나 중국, 유럽의 생산 비중을 늘리고 국내 시설 확장을 재고하는 상황에까지 처해졌다. 지난해 10월 시범 실시에 들어간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로 우리 기업들은 결국 유럽연합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이런 역주행이 계속된다면 지금도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이 심화할 것이고 그 부담은 온전히 우리 경제의 과제로 남겨질 것이다.
국회의 역할은 행정부의 정책을 살피고 잘못한 경우 입법권과 예산심사, 국정감사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22대 국회는 후퇴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되돌리고 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한 산업의 확대를 통해 한국 경제가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촉진하여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집권 세력의 변화에 따라 기후에너지 정책이 갈팡질팡하지 않도록 목표를 법에 명시하는 작업이다.
21대 국회는 전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에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으로 신규 제정하면서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고 명문화하였다. 이전 법은 전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었는데 진일보한 국회의 노력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목표치가 매우 낮을 뿐 아니라 탄소감축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수단인 재생에너지의 보급 목표는 빠져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위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서는 현재 의무공급량을 '총전력생산량의 25퍼센트 이내의 범위에서 연도별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였다.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21.6%로 10% 가까이 축소할 수 있었던 근거인 셈이다.
유럽연합 의회는 재생에너지 지침을 통해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최소 42.5%로 정하고 있다. 처음 제정하던 2014년엔 27%를 목표로 하였으나 2018년에 18%로 수정하고 지난해 9월에 목표를 상향하여 법을 개정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연히 발전량의 목표는 더 높아지게 된다.
이제 22대 국회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의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수준으로 탄소감축 목표와 이를 위한 최종 에너지소비에서 재생에너지의 목표를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법'에 명시해야 한다. 이에 맞춰 '신재생에너지법'의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공급량의 목표도 상향하여 명시하길 바란다. 더이상 갈팡질팡하기엔 우리 경제의 앞날이 너무나 엄중하다.
신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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