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초에 전세계 2억~3억명에 달하는 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 챗GPT 이용 열풍과 함께 AI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그 가운데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찬반으로 나누어졌던 분야는 교육에서의 AI 활용이었다. 특히 부정행위의 가능성, 인간 교사의 대체, 디지털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해 AI 사용을 일선 학교에서는 금지하자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생성형 AI는 텍스트는 물론 음성, 이미지 등을 처리하면서 멀티모달로 발전하고, 핸드폰에 들어갈 만큼 소형화되어 나오는 등 점차 우리와 언어로 소통하는 불편함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달에는 마침내 생성형 AI의 아이큐가 100을 넘어섰다는 실험결과도 발표됐다.
이처럼 언어모델로서 인공지능은 기계적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한편 이에 뒤질세라 더 많은 정보를 게걸스럽게 학습하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로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한 데이터 이용을 둘러싼 뉴욕타임즈(NYT)와 오픈에이아이(OpenAI)와의 법적 다툼으로 떠들썩하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AI에 대한 학습은 조용하다. 교사들은 AI를 어떻게 가르칠 지, 학생들은 AI를 어떻게 배울 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지난해 9월 유네스코 본부는 '교육 및 연구를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지침 (Guidance for generative AI in education and research)'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AI 발전에 맞추어 법률이나 규제 및 제도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분야에서는 GenAI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학교 등 교육 기관은 GenAI를 검증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우리 교육당국도 생성형 AI가 발흥하기 전인 2022년에 '교육분야 인공지능 윤리 원칙'을 발표했지만 그 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나마 일부 대학에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간단한 지침과 예시에 그치고 있고, 초중고교 현장은 거의 무방비 상태다. 다만, 일부 생성형 AI 서비스 업체는 청소년이 GenAI를 활용할 경우 부모의 지도 아래 이용하도록 제한적인 권고를 하는 상황이다.
초중고 교육 현장은 생성형 AI의 민낮을 체험하는 최전선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GenAI의 잠재된 이점을 극대화 하면서 잠재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전략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GenAI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가 준비하지 않더라도 교육의 학습 방식을 변화시키면서 교육환경을 혁신적으로 진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은 학교와 교육자들이 이 획기적인 기술이 제시하는 도전과 기회에 맞서 싸우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점점 더 ChatGPT와 같은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도구를 생산적이고 윤리적으로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이다.
초중고 교육에서 AI 통합의 성공 여부는 교사의 준비 상태에 달려 있다. 전문성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교사들이 AI 통합의 복잡성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학교 행정은 교사와 협력해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윤리적 AI 사용을 장려하는 포괄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마이크로 스쿨, 온라인 학습, 게임 기반 접근 방식과 같은 비전통적 학습 모델이 부상하고 학생 참여방식을 혁신하며 학습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처럼 초중고 교사들의 역할은 AI와 인간 지능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독립적 학습이 교육 철학의 핵심을 수호하는 일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AI 교육을 선도할 교사들은 난감하다. 2022년 갤럽이 직업군별 노동자 번아웃 정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 중 44% 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모든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건설 노동자 22%의 두배 수준이다. 이 밖에 언테테인트 분야 29%, 법조분야 31%, 공무원 33%, 대학교수 35% 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타 직업군은 차치하더라도 초중고 교사들이 안고 있는 스트레스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우리 초중고 교사들이 GenAI의 힘을 활용해 모든 학습자를 위한 더 밝고 공평한 미래를 만들고, 이 혁신적인 여정을 안내하는 역할을 잘 수행토록 하려면 그들이 이러한 사명감에 지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지금 그들에게는 간헐적 휴식과 지속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김한성
[이슈&인사이트] 미세먼지 관리 정책, 과학계 협조가 필요하다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