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원자재값 상승과 고금리 등 고물가 영향으로 건설현장은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중단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은 물론이고, 공공발주 사업 현장에서도 현실과 맞지 않는 공사계약이라는 점을 주장하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 재개발 조합의 경우 공사도급계약서에 착공 이후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방지하는 조항을 삽입하여 공사비 증액을 막고 있으며, 공공발주 사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조항을 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방지한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 갈등은 입찰에 의해 시공사를 선정한 후 관리처분인가 등을 받기위해 공사도급계약 본계약을 체결할 때 발생한다. 서울시를 제외한 지역은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었고, 서울시의 경우도 지난해 7월1일부터는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하고 있다.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했다고 해서 바로 공사에 착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명도 및 철거가 이루어져야 공사에 착공하는 것이기에 시공사와의 공사도급계약 본계약은 관리처분인가 전에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조합설립인가 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시공사가 입찰참여때 제출한 공사대금이 물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시공사는 입찰참여시 공사대금보다 증액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조합의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증액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고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공사비 증액에 반대하게 되고, 시공사 입장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공사비로 계약을 하게 되면 손해를 보게되는 상황이므로 공사비의 증액을 반드시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건축원가 상승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3.3㎡당 공사비 단가가 1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심지어 13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2022년 주거환경연구원이 전국 정비사업장 52곳과 리모델링 사업장 5곳의 3.3㎡당 평균 공사비를 조사한 결과 606만5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1.6배 가량 올랐다. 이처럼 조합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공사비가 증액되고 있는 현실에서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지급받은 입찰보증금으로 조합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고자 하더라도 입찰보증금의 반환, 기존 시공사와의 법률분쟁,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 진행을 위해 사업이 지연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리한 공사비를 제시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 2항에서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있어서 시공자와 계약체결 후 일정한 요건에 따라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검증결과에 따라 공사비가 조정되거나 이를 강제하는 조항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아 실효적으로 조합원들이 공사비를 감액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공사비 검증제도가 시행된 2019년 2건,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으로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는 사업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재조정된 사례는 드물다.
그리고 공사비 검증의 범위도 직접공사비에 제한돼 시공사가 간접공사비 명목으로 증액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증액하는 것으로 합의한 이상 소송을 통하더라도 계약 자체가 취소 또는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약정한 금액을 임의로 감액할 수는 없어 별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현실이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PF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의 입주문제, 중도금 대출의 상환 기간 문제, 분양 시기의 문제 등을 이유로 조합이 불리해 지고, 시공사의 의도대로 공사비가 무분별하게 증액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검증된 공사비로 조정 또는 합의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시공사들은 공사 중단을 무기로 공사비 증액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한테로 돌아갈 것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시공사와 사업수익성 악화에 따른 과도한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조합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해 줄 수 있는 합리적인 조정방안이 하루빨리 제시되기를 바란다.
박지훈
[이슈&인사이트] 미세먼지 관리 정책, 과학계 협조가 필요하다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