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7.2의 대만 화롄 지진은 1999년 대만 9.21 대지진 이후 25년 만에 발생한 강력한 지진이다. 규모 7.0 이상의 대규모 지진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인적, 물적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SMC, U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의 운영 정지에 따라 대만 국가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넘어 세계적 반도체 공급망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스마트폰, 자동차, 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 물가 상승 이어져 그 고통을 전 세계가 감당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만 화롄 지진에서 국내 산업의 지진 대비 현황을 살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국내 많은 기업들 또한 과거와 달리 전 세계 산업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 한국 공장에서의 생산 차질 문제 발생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진 대비는 단순히 민간 산업 안전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한국 또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서, 대만 지진을 교훈삼아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내진 설계 관행은 큰 규모의 지진 발생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구조물이 붕괴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 대만 화렌 지진시 TSMC나 UMC 공장에서 인명피해나 구조물 붕괴 사례에 없다는 점에서 충분한 내진설계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 지속성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는 대만 경제를 넘어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산업시설, 특히나 정밀한 설비를 보유한 산업시설은 큰 지진시에도 운영이 정지되지 않도록 설계 개념을 전환하고 그 위험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의 경우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으로부터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되었다. 주로 건축물과 교량, 터널, 도로, 댐 등 인프라 시설물을 중심으로 내진 대책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 구조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고도화된 산업 분야로 변화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지진 대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전술한 바와 같이 큰 지진시에도 운영이 정지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 특성을 고려한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산업시설의 안전관리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지만, 산업시설의 안전관리는 3개 부처 8개 법령·규칙으로 산재하는 등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부처별로 그 역할이 나뉘어져 있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대만 화롄 지진 사태를 통해 살펴 본 한국 산업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로서는 강화된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첫째, 모든 산업시설은 관리주체가 자발적으로 지진을 포함한 복합재난 발생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정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사고 피해를 선제적으로 줄여갈 수 있다.
둘째, 지진 발생에 대비한 강화된 안전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지진 발생시 운영이 중지되지 않도록 설계 개념을 전환하고 그 위험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난 발생에 대한 다양한 사고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비상 대처 계획을 수립하며, 임직원 교육과 훈련, 대피 경로 마련, 응급 상황 대응, 의료 지원 계획 등을 포함하여 생산 활동 중단 상활 발생시에 따른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안전한 미래를 위한 또 다른 필수적인 요소는 첨단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국내 IT 기술과 센서 기반 AI 위험관리 기술을 적극 개발·활용하여 주요 산업시설물들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안전한 미래를 위하여 산업현장에서의 화재, 폭발, 지진 등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넷째, 정부의 재난대응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 피해가 대내외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한 대응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지진 대비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함께 민관 협력을 통해 안전한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부처별로 산재되어 있는 현 위험관리 체계를 통합하고 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안전한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끝으로, 이제 지진은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위협이 되었다. 따라서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지진 대비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진 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유와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지진 대비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대만 지진 사태를 통해 살펴 본 국내 산업시설물의 지진 대비 안전관리 체계는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진 발생 빈도 증가와 파괴력 강화를 고려하여 지진 위험성 평가, 안전관리 강화, 첨단 기술 활용, 정부 지원 확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협력, 국제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안전한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속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미래의 지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안전과 국가 경제 발전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석
[이슈&인사이트] 미세먼지 관리 정책, 과학계 협조가 필요하다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