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E칼럼] 동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노다지인가?
- 본격적인 여름이다. 최고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로 시작되는 송창식의 노래 '고래 사냥'이 생각난다. 공교롭게도 지난 6월 4일 동해 심해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자원 부존 가능성 찾았다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였다.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랜 자원 빈국의 설움을 떨치는 일이다. 동남해안 지역에서는 한국판 중동 꿈꾼단다. 관련 정치권이 더 앞장선다니 걱정이다. 과연 그럴까? 따져보자.생각해 보면 이번이 대통령 등 고위정치권이 연계된 세 번째 석유발견 선언인 것 같다. 그 첫 번째는 박정희 전(前) 대통령 1976년 연두 기자회견서의 포항 원유발견 발표이었다. 검은 액체
- 2024.06.17 11:00
칼럼
- [EE칼럼] ‘배달(delivery)’ 문제, 전력산업을 바꾸는 태풍의 눈
- 에너지산업에 종사하거나 이를 연구하는 사람마다 나름대로 에너지를 보는 눈이 모두 다르다. 인프라, 위험성, 환경, 에너지 안보, 규제, 복지, 기술, 경제성 및 재원조달 등이 에너지산업과 관련된 여러 요소이지만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측면은 에너지 배달의 문제다. 그런 이유에서 필자는 '에너지 경제학' 수업 첫 시간에 에너지산업을 '배달사업(delivery business)'이라고 강조한다.사실 모든 재화에 있어서 배달과 운송은 그 비용과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물과 식량과 같은 필수재의 경우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를 얻을 수 있는 지역 인근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 사람이 물과 식량을 향해 미리 이동해 상대적으로 배달의 문제는 심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인류가 거주하는 지역은 대체로 물과 식량을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지역
- 2024.06.16 11:00
- [EE칼럼] 양수 발전의 재발견: 배터리를 압도하는 경제성·환경·성능 측면
- 과거에는 양수 발전소의 짝꿍은 원자력 발전소였다. 원자력 발전소는 안정적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출력 조절이 어렵고 빠르게 반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부족한 야간에는 잉여 발전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수 발전소는 수요가 낮을 때 잉여 전력을 사용해 수량을 높은 곳으로 펌핑하고, 수요가 높을 때 방출하여 터빈을 돌린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의 변동을 조절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전통적이며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이었다.그런데, 최근에는 급증하는 재생에너지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의 필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원자력과 함께 출력 조절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피크를 찍는 낮시간에는, LNG와 석탄발전소까지 출력제어를 실시해야 할 정도로 과잉공급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
- 2024.06.13 10:59
- [EE칼럼]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한-아프리카 협력의 중요성
-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로, 특히 농업 분야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온도 상승이나 강수 패턴의 변화, 기상 이변 등은 농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 온난화가 농업 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구의 온도 상승이 2100년까지 1.6℃ 상승 수준에 머문다고 하여도 현재 농지의 8%는 경작에 적합하지 않게 되리라고 예측한 바 있다. IPCC는 '2022년 기후변화 보고서: 영향, 적응 및 취약성'에서 “기후변화가 이미 식량안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전 세계에 존재하는 200개 가까운 나라 중에 한국은 매우 부유한 그룹에 속하지만 식량안보 상황은 녹록치 않다. 1970년에 79.5%였던 한국의 식량자급률(칼로리 기준)은
- 2024.06.12 10:59
- [EE칼럼] 석유 탐사 성공률에 대한 올바른 이해
- 지하 수천 미터 아래 묻혀있는 석유를 찾는다는 것은 모래 해변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눈감고 아무 곳이나 시추를 수행하여 석유를 찾을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다. 지상에서 눈으로 땅속을 볼 수도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으니 당연히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과학적인 방법과 축적된 경험을 통해 합리적인 탐사 과정을 거쳐도 석유를 발견할 확률보다는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잘 알려진 바대로 석유개발사업은 불확실성이 큰 대표적인 고위험 사업, 즉 성공율이 낮은 사업이다. 축적된 자료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석유 탐사, 개발 및 생산 기술에서도 커다란 진보가 있었지만 여전히 성공 확률은 낮다. 고위험 사업인 석유사업의 탐사성공율이 낮은 태생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석유개발 사업은 크게
- 2024.06.11 11:05
- [EE칼럼]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탄소포집·저장 사업의 중요성
- 우리나라는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로 알고 있지만 사실 2004년부터 우리나라 동해가스전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했고, 이제는 거의 고갈되어 2021년에 동해가스전은 상업 생산을 종료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우리 정부는 동해 수심 1 km 아래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됐을 수 있어 한국석유공사에서 탐사와 시추를 통해 이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깜짝 발표를 했다.'대왕고래 프로젝트'라 이름이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저출생과 고령화, 경기침체, 전쟁과 테러, 각종 사회적 갈등과 같이 암울한 이야기에 지쳐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감을 선사했다. 만약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성공적이라면 우리나라는 명실 상부한 산유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유전개발에 대한 기대감
- 2024.06.10 10:23
- [EE칼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과 향후 과제
-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4~2038)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이번 계획은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있는 확대를 도모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무탄소 발전 비중이 2023년 39% 수준에서 2030년에는 53%, 2038년에는 7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환경에서는 원전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며, 이번 실무안은 전력 수요와 기술 발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극심한 현 상황을 반영한 과도기적 계획이라 생각한다.2038년 목표 전력 수요는 반도체 산업과 AI 데이터센터, 전기화 수요 등의 증가 요인을 반영하여 129.3GW로 산정하고 있다. 전력믹스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은 2022년 21.1GW에서 2038년 74.8GW로, 풍력은 1.9GW에서 40.7GW로 크게
- 2024.06.10 08:35
- [EE칼럼] 주택용 누진제 개선을 위한 고려사항
- 주택용 누진제는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전기소비절약 유도 및 서민층 보호를 목적으로 1974년 11월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국제유가 및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누진단계 및 누진배율을 신축적으로 조정하였는데, 2004년부터는 6단계 11.7배수로 운영되다 2016년 여름철 폭염을 계기로 3단계 3배수로 완화되었다. 이후 2019년부터 여름철에 한해 누진구간이 확대되었으며, 최근 2년간 기준연료비 조정에 따라 누진배율이 2.56배 정도로 조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틀에는 변화가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비록 2016년에 누진제 구조에 큰 변화가 있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누진배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3년 한전의 누적적자가 약 43조원이며, (평균적으로) 원가 이하로 공급됨에
- 2024-10-02 09:02:54
- [EE칼럼] 체코 원전 수주,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 “신은 공평하신 듯하다. 우리 국민에게는 자원 대신 근면함과 똑똑함을 주셨다. 우리 근로자 1명이 외국 근로자 서너 명 몫을 한다." 중동의 건설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지인께서 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사업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우리 기업들은 해외 건설사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둬왔다.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혹한 환경 속에서도 완수한 성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중 한낮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와 숨 멎을 만큼의 모래바람이 수시로 부는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APR-1400 원전 4기를 완공한 것은 특별하다. UAE 원전 건설사업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계획된 공기와 예산 범위 안에서 이루어 낸 쾌거이기 때문이다.UAE 원전의 적기 완공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 역량의 우수성을 단적
- 2024-06-04 10:46:24
- [EE칼럼] 드디어 발표된 전기본, 첨단 전력망 건설이 문제다
-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만들어져 5월 31일에 정부에 전달되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2008년부터 발표해 오던 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정부에서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으로 법 규정을 변경한 이후부터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세부 기본계획으로 자리 잡아 왔다.비록 전력 사용량이 우리나라 총 에너지사용량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발전원에 대한 첨예한 갈등과 낮은 전력 요금으로 인한 전력공기업 부채에 대한 이슈로 인하여 중요성이 크게 주목받아 왔다.이번 11차 전기본은 확정되면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15년 계획을 담게 되는데,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어떠한 발전설비를 언제 건설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다. 상당히 세부적인 계획을 담기에 참여 전문가가 상당한데, 이번 실무안을
- 2024-06-03 11:25:53
- [EE칼럼]전력계통 보강,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향한 야심찬 여정을 걷고 있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전력계통 문제이다. 전력계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무탄소 발전원을 통해 생산한 전기가 소비자한테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특히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전력계통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생생히 목격되고 있는 현상이다.최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전력계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을 새로 발표하였다.
- 2024-05-30 15:19:52
- [EE칼럼] 철강 산업의 저탄소화
- 철은 태양과 같은 항성의 핵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규소 원자 2개가 융합하여 니켈이 만들어지고, 이 니켈은 불안정하여 대부분 몇 달 안에 붕괴하여 철이 된다. 원소 중에서 철의 원자핵의 에너지가 가장 안정적이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다. 철은 지구의 핵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이고, 알루미늄 다음으로 지각에 두 번째로 많은 원소이다. 해마다 지표면을 파고 폭파해서 퍼올리는 물질들의 순위를 살펴보면, 모래와 자갈이 430억 톤, 석유와 가스가 81억 톤, 석탄이 77억 톤, 철광석이 31억 톤이다.채굴한 철(iron)은 대부분 강철(steel)로 가공한다. 철의 종류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탄소 함량이다. 철이라는 스펙트럼의 한 극단에는 선철(pig iron)이 있다. 쇳물을 거푸집에 붓는 모양이 어미의 젖을 먹고 있는 새끼 돼지들을 닮
- 2024-05-29 10:45:03
- [EE칼럼] 조기 탈석탄, 함부로 할 일 아니다
- 총선 승리 후 기세가 오른 야당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통과의 전제조건으로 신규원전 포기를 내세우며 탈원전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정작 총선 공약에는 원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40% 확대와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중단만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도 반대 여론이 높은 탈원전에는 잠시 눈감고, 득표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이미지를 얻으려는 선거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탈원전을 포기한 적이 없는 야당은 선거 공약에 명시적으로 포함된 석탄발전 조기 퇴출,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화와 더불어 탈원전을 에너지정책 패키지로 묶어 행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탈원전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원전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우세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는 간헐성에 따
- 2024-05-28 10:05:26
- [EE칼럼] 자동차 정비소, 전기차 시대 배터리 중개소로 육성하자
-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 론 하워드의 1992년 作, “Far and Away"에는 서부개척시대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정부 소유 땅을 공짜로 나누어주는 흥미로운 방식이 그려진다. 주어진 시간 동안 말을 타고 갈 수 있는 한 멀리 질주하여, 땅을 차지했음을 선언하는 깃발을 도착한 곳에 꽂으면 거기까지를 소유지로 인정받는 경주가 그것이다. 극 중에서 아일랜드 가난한 소작농 출신 조셉 도널리(톰 크루즈 분)가 이 경주에 참여, 우여곡절 끝에 광대한 땅의 소유권을 획득한다. 미국 정부가 미개척지 개발에 투입할 외지 노동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국가 재산인 토지를 사실상 무상으로 매각했던 역사적 사례를 극화한 것이다. 이처럼 보통 무상 또는 시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국가 또는 공공의 재산을 개인에게 매각하는 행위를 '불하(拂下)'라 한
- 2024-05-27 11:00:10
- [김성우 칼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AI
- 지난 4월29일 기상청은 '2023 이상기후 보고서'를 공개했다.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이는 서울에 88년만에 9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고, 온열질환자도 1.8배 폭증했으며, 산불 면적 및 남부지방 장마철 강수량도 역대급이었던 이유다.이제 더 이상 북극이나 섬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이상해진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방안으로, 우리의 주력 기술인 AI 및 디지털 기술 활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상청이 동 보고서를 발표한바로 그 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AI 기반 그린디지털 전환 컨퍼런스'가 열려
- 2024-05-26 09:5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