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 車 대기오염 획기적으로 줄인 뉴욕과 캘리포니아, 비결은 ‘혼잡세, 무공해차’

뉴욕시 혼잡통행료, 캘리포니아 전기차 보급
초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물질 저감 효과 톡톡
다른 나라로도 확대 가능한 성공 사례로 꼽혀
트럼프 행정부, 성과 거둔 정책 중단해 ‘갈등’
2026.02.04 11:10:03 댓글 0
지난해 1월 4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회장 겸 CEO 야노 리버가 중앙상업지구 혼잡통행료 징수 프로그램 시행을 앞두고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62번가 교차로에 설치된 '교통 혼잡 완화 구역(CRZ)' 표지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뉴욕시와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동차 대기오염 저감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도시의 공기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시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뚜렷한 성과를 거둔 정책은 뉴욕시의 혼잡통행료 제도와 캘리포니아주의 무공해 차량(ZEV) 보급 정책이다. 이는 교통 정책이 곧 공중보건 정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뉴욕시 혼잡통행료 징수에 따른 모니터링 지점별 초미세먼지(PM2.5) 정책 효과. A는 뉴욕시 광역 중심 통계 지역(CBSA) 내 대기질 모니터링 지점(점). B는 맨해튼의 혼잡 완화 구역(CRZ) 내 지점별 초미세먼지 감소 폭. (자료=Nature Communications, 2025)


◇뉴욕시 혼잡통행료, 도입 6개월 만에 초미세먼지 22% 감소


뉴욕시는 지난해 1월 미국 대도시 가운데 최초로 맨해튼 중심부에 '혼잡 완화 구역(congestion relief zone, CRZ)'을 설정하고 혼잡통행료 제도를 도입했다. 도심부에 진입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최고 9달러(약 1만3000원)를 징수한다.


이 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는 코넬대학교 시스템공학 프로그램의 티모시 프레이저 연구원과 시민환경공학부의 H. 올리버 가오 교수 연구팀에 의해 진행됐고,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첫 6개월 동안 혼잡 완화 구역 내 일일 최대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정책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당 평균 3.0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약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시행 20주 차에는 감소 폭이 4.9㎍/㎥까지 확대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효과가 강화된 셈이다.


대기 질 개선 효과는 맨해튼에 국한되지 않았다. 뉴욕시 5개 자치구 전체에서도 평균 1.07㎍/㎥의 초미세먼지 감소가 관측됐다.


연구팀은 “혼잡통행료 부과가 운전자들의 이동 행태를 변화시켜 차량 통행량을 실질적으로 줄였고, 이로 인해 배출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료=Nature Communications, 2025)


◇캘리포니아 무공해차 확대 NO₂ 감소에 기여


캘리포니아주에서 추진 중인 무공해 차량(ZEV) 보급 정책 역시 대기 질 개선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케크 의과대학의 산드라 P. 에켈 박사와 에리카 가르시아 교수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공해차 확산과 대기오염 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최근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위성 관측 장비(TROPOMI)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각 우편번호 구역(ZIP code)에서 무공해 차량이 200대 증가할 때마다 연평균 이산화질소(NO₂) 농도가 약 1.1%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무공해차 비중이 2019년 2.0%에서 2023년 5.1%로 증가하면서, 대기 질 개선 효과가 실제 관측 자료로 명확히 드러났다.


대기오염 감소 효과는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무공해 차량으로의 전환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개별 우편번호 구역들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전기차 전환의 효과를 이론이나 시뮬레이션이 아닌, 위성 기반 실측 자료로 입증한 첫 대규모 실증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공공 정류장에서 충전 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캘리포니아 우편번호 구역별 무공해자동차 숫자의 연도별 변화(A)와 이산화질소 농도의 연도별 변화(B). (자료=Lancet Planetary Health, 2026)


◇공중보건 개선 효과, 1.2조 달러의 사회적 가치


이 같은 대기오염 저감 정책은 환경 개선을 넘어 막대한 공중보건 혜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와 초미세먼지는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 조기 사망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폐 협회(American Lung Association)는 승용차 판매를 2035년까지 100% 무공해차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중·대형 트럭으로 확대할 경우 2020년부터 2050년까지 누적 건강 편익이 1조2000억 달러(약 1600조 원)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의료비 절감과 조기 사망 감소, 노동 생산성 향상 등이 포함된 수치다.


뉴욕의 경우 혼잡통행료로 확보한 재원이 대중교통 시스템의 현대화에 재투자되면서 교통 효율성 개선과 대기오염 저감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교통 정책, 환경 정책, 건강 정책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사례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사에서 핵심 광물 비축 계획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EPA)


◇트럼프 정부의 엇박자로 갈등 커져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재집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책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집권 직후부터 뉴욕시의 혼잡통행료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려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도 시행 직후부터 연방 정부 차원에서 승인 철회 및 3월 말까지 시행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일하는 미국인에게 추가 비용을 강제한다 논리였다. 이에 뉴욕주 정부는 연방 정부의 승인 철회가 무효라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소송을 심리하면서 프로그램 유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의 상당 부분을 되돌리거나 축소하는 방향의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연방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발표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에서 연방 세액공제 방식의 신차 전기차 보조금(7500달러) 제공을 지난해 9월 30일부로 조기 종료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대한 세액공제도 2028년으로 앞당겨 종료하기로 했고,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도 철회했다. 전기차가 2030년 신차 판매의 50%를 차지해야 한다는 행정 명령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보급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도 상당 부분 중단 또는 축소됐다. 미국 연방도로국(FHWA)은 약 50억 달러 규모의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공식 배분 프로그램(충전망 프로그램)의 신규 자금 집행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등 주 정부는 연방정부의 NEVI그램 중단 조치 등에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보급·충전 인프라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34번가와 다이어 애비뉴 교차로에 설치된 혼잡 통행료 단속 카메라. (사진=위키피디아)


◇글로벌 확산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연구팀은 미국에서 성과가 입증된 이러한 정책은 다른 국가와 도시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실 뉴욕의 혼잡통행료 제도는 런던·스톡홀름·밀라노 등 유럽 도시들의 선행 사례를 참고해 설계됐다. 뉴욕의 성공은 높은 인구 밀도와 발달한 대중교통 인프라를 갖춘 전 세계 대도시에 강력한 정책적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한다면, 전기차로 인한 오염 저감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소득 및 중등도 소득 국가(개도국)의 경우 승용차뿐만 아니라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이 대기오염을 줄이는 효과적인 기후 변화 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개인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는 개념도. (챗GPT 이미지)

연구팀은 이러한 교통·대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잡통행료 수익의 대중교통 재투자, 무공해 화물차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지속적인 대기 질 모니터링을 통한 유연한 정책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연구에서 활용된 위성 기반 이산화질소 측정 방식은 지상 측정망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도 정책 효과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교통량을 줄이고, 전기차로 배출을 없애는 정책이 세계적으로도 도시의 건강을 되살리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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