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군데라도 문제점이 발생하면 다 같이 세계유산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2026년 9월 15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갯벌 세계유산 2단계 등재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은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갯벌을 '하나의 살아 있는 몸'에 빗댔다. 지난 7월 25일 여수·고흥·무안·서산 갯벌이 더해지면서 한국의 갯벌은 여섯 구성요소, 15만6386㏊ 규모의 연속유산이 됐다. 지도에서는 떨어져 있어도 세계유산으로서는 한 이름, 한 가치, 한 책임으로 묶인다.
전 교수의 경고는 연속유산의 공동운명을 압축한 말이다. 유네스코는 보존 상태 보고와 현장 점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 시정 조치 같은 절차로 유산의 회복을 요구한다. 등재의 근거가 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사라졌다고 판단되면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유산목록 삭제를 결정할 수 있다. 한 구성요소의 심각한 훼손이 여섯 갯벌 전체의 완전성을 다시 따져 묻게 되는 구조다.

◆갯벌 경계 밖에서 밀려오는 위협
K-갯벌은 세계 유산 지정과 거의 동시에 숙제를 떠안았다. 고창에서는 세계유산 핵심구역을 지나는 노을대교가 설계 단계에 들어갔다. 신안·무안 탄도만 주변에서는 장산-자라 연도교가 공사 중이고 해상풍력, 태양광, 해저케이블 계획이 겹친다. 무안 함해만은 인근 무안국제공항 운영과 군공항 이전 논의를 함께 살펴야 한다. 서천갯벌은 세계유산 경계에서 약 6㎞ 떨어진 새만금 신공항 계획과 금강하굿둑의 영향을 살펴야 한다. 서산 가로림만에는 해상교량 재추진 움직임과 대산산업단지의 누적 영향이 놓여 있다. 보성·순천·여수·고흥을 잇는 여자만에서는 육상 오염원과 양식업, 관광 이용, 기후변화가 함께 작용한다.
사업마다 위치와 규모,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각 사업의 직접 영향과 여러 사업이 겹쳐 만드는 누적 영향을 함께 읽어야 갯벌의 변화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갯벌은 밀물과 썰물, 강에서 내려오는 물과 퇴적물, 바다로 이어지는 생물의 이동으로 유지된다. 보호구역의 선 밖에서 생긴 변화도 물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온다. 철새에게는 먹이터와 만조 때 쉬는 장소, 다음 기착지까지 하나의 생활권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도 올해 확대 등재를 결정하며 현재 유산 안의 부정적 영향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주변 개발을 세심하게 살피라고 주문했다. 육상과 바다에서 들어오는 오염, 연안 풍력발전, 수산자원 감소, 기후변화, 어업과 관광 활동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유산의 경계와 생태계의 경계가 다르다는 사실이 관리의 출발점이다.

◆모니터링에서 정책까지 이어지는 관리
토론자들은 등재 이후 관리가 눈에 띄게 달라졌는지를 물었다. 명호 생태지평 소장은 독일·네덜란드·덴마크의 와덴해(Wadden Sea)를 예로 들었다. 그곳에서는 지역과 국가, 세 나라가 같은 기준으로 생태 변화를 살피고, 조사 결과를 정책과 관광 전략에 연결한다. 한국은 방문자센터 같은 눈에 보이는 시설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강했다. 세계유산의 상태를 꾸준히 읽고 정책을 바꾸는 체계가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산은 그 체계를 움직이는 혈액이다. 최진이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 사무국장은 보존·관리 예산이 지난해 약 16억원에서 올해 약 9억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갯벌의 계절 변화와 철새의 이동, 저서생물과 퇴적 환경은 여러 해의 자료가 쌓여야 의미가 보인다. 해마다 예산을 새로 따내는 구조에서는 조사 지점과 인력이 흔들리고 자료의 연결도 끊어진다. 3년, 5년 단위의 안정적인 계획과 예산이 필요한 이유다.
이구성 해양환경공단 해양보호구역팀장은 모니터링의 마지막 목적지를 정책이라고 짚었다. 현장에서 모은 자료는 개발계획의 위치와 규모를 조정하고, 훼손지를 복원하고, 관광객 수와 어업 방식을 관리하는 판단 근거가 돼야 한다. 새로 등재된 지역의 조사 지점과 방법도 빠르게 공통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
◆아홉 지방정부를 움직일 하나의 설계도
여섯 갯벌에는 아홉 지방정부가 연결돼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가유산청, 해양환경공단, 광역·기초지방정부의 업무도 서로 맞물린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2023~2027년 보존·관리·활용 시행계획과 통합관리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확대된 관리체계에서는 개발계획을 누가 모아 살피고 사업을 누가 조정할지, 장기 조사 예산과 자료를 누가 책임질지를 더 촘촘하게 정해야 한다.
토론에서는 '한국의 갯벌'을 법률에 분명히 규정하고 5년 또는 10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세우자는 제안이 나왔다. 중앙의 통합관리기구와 구성요소별 현장조직이 역할을 나누고, 같은 위협 기준과 조사 체계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개발계획이 나온 뒤 의견을 내는 대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유산 주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물길과 철새 이동공간, 피해야 할 입지와 공사 시기를 미리 제시할 수 있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유산의 가치를 인류 전체가 함께 누리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 가치를 지킬 책임은 등재국인 한국에 있다. 확대 등재의 다음 단계는 이미 알려진 위협에 답을 내는 일이다.
◆주민이 보호의 주체가 되는 세계유산
갯벌을 가장 오래 지켜본 사람은 그곳에서 살아온 주민이다. 최진이 사무국장은 주민을 보전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이 모니터링과 해설, 해양쓰레기 수거, 방문객 관리에 일자리로 참여하고, 보전의 성과가 마을의 소득과 생활환경 개선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명호 소장은 휴식년제와 생태계서비스지불제 확대를 제안했다. 어민이 일정 기간 채취를 쉬어 갯벌 생물이 회복할 시간을 주고, 그 보전 활동에 합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역관리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주고 갯벌 해설사의 활동 공간과 일자리를 늘리는 일도 같은 방향에 놓인다. 보호가 주민의 생활과 지역의 미래를 함께 키우는 선택으로 자리 잡을 때 관리의 지속성이 생긴다.
◆황해라는 한 바다에서 함께 풀 숙제
철새는 국경을 모른다. 중국의 레이 광춘 베이징임업대 교수는 간척으로 사라진 만조 휴식지를 복원하자 많은 물새가 돌아온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같은 조사 기준으로 철새와 서식지의 변화를 살피고 연구자와 대학, 보호지역이 자료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윤경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 부대표는 이미 황해 실무그룹과 보호지역 네트워크 같은 협력 기반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자매 보호지역을 만들고 공동 교육자료를 개발하며 현장 관리자를 정기적으로 교류시키면 국제협력은 선언에서 일상적인 관리로 이어진다. 북한을 포함한 황해 전체의 생태 연결성을 살피는 일도 장기 과제다.
한국의 갯벌이 받아 든 숙제는 선명하다. 여섯 지역의 개발·에너지 계획을 한 지도에 올려 누적 영향을 살피고, 장기 모니터링 예산과 통합관리기구를 갖추며, 주민에게 보전의 권한과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이동경로 국가들과 같은 기준으로 철새와 서식지를 살피는 협력도 이어가야 한다.
세계유산은 등재와 함께 매일의 관리로 자격을 이어가는 약속이 된다. 등재 5년을 지나 확대 등재까지 마친 지금, K-갯벌의 다음 평가는 이름의 크기보다 관리의 변화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