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지율에 흔들려선 안 될 에너지·환경 정책

2026.09.15 11:07:00 댓글 0
이원희 기후에너지부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도 조급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에너지·환경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분야가 아니다. 한번 정한 방향이 향후 10년, 20년의 국가 기반을 좌우한다.


특히 정부가 미국과의 대미 투자 협상을 서두르는 듯 싶다. 원전 수출과 맞물려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신중론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투자를 끌어내야 할 이유가 있는 만큼 우리가 급한 모습을 보일수록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산업의 미래와 수십조원의 투자가 걸린 문제라면 더욱 냉정한 손익 계산이 필요하다. 투자 주체로 거론되는 한국전력의 재무 사정이 녹록지 않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등 메가프로젝트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전력수요 전망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난해 12월 수립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처음 공개된 수요 전망에서는 2040년 최대전력을 최대 138.2기가와트(GW)로 내다봤다. 그 후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지난달 2040년 최대전력 수요를 165GW로 수정했다. 한 국가의 전력수요 전망치를 4개월 만에 바꿀 만큼 메가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는 증거다.


여기에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동시에 메가프로젝트를 감당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최근 12차 전기본 논의에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설비를 자가용 태양광까지 포함해 총 236GW로 확대하는 전망까지 제시됐다. 지금 재생에너지 용량 37GW보다 6배 넘게 많아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다.


물은 얼마나 필요한지도 잘 모른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신규댐 가운데 5곳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많은 물을 필요로 할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영산강 수계가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에 물을 공급할 만큼 수질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논란거리다. 전기는 계획이라도 나왔는데 물은 이제 제대로 계산해봐야 한다.


이 외에도 대통령 공약인 '햇빛소득마을', 공기업 통폐합 등 쏟아지는 정책들이 너무 많다. 기자 입장에서야 정책이 쏟아지면 쓸 기사가 많아져서 좋지만 요즘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책들이 하나의 전략 안에서 맞물려 움직이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 탐사·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반전을 노렸다. 결과적으로 그 조급함은 국내외 자원개발 정책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정부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싶어진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정책일수록 때로는 속도를 늦출 용기가 필요하다. 에너지·환경 정책의 시계는 5년인 정권의 시간보다 훨씬 길다. 정책의 속도가 대통령의 지지율 그래프에 너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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