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이 자연과의 관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천을 청소하고 나무를 심는 활동에 더해, 공장 주변의 보호지역과 위협받는 생물종을 파악하고 자연이 사업에 미치는 위험을 보고서에 담았다. 그러나 보전 활동으로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늘었는지, 분석 결과에 따라 경영의 어떤 결정이 달라졌는지는 아직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자본시대>는 LS일렉트릭의 2020~2021년판부터 2025~2026년판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6종과 공개 공급망 정책을 검토했다. 최신 보고서는 2025년 실적과 일부 2026년 1분기 성과를 담고 있다. 확인되는 변화는 자연 위험 분석의 구체화와 일부 환경 개선이다. 기업활동 전반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입증할 근거는 부족하다.
◆환경봉사에서 자연 위험 분석으로
초기 보고서의 자연 관련 활동은 지역사회 환경봉사에 집중됐다. 안양천·무심천 등의 하천 정화와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유용미생물(EM·Effective Microorganisms) 흙공 투입 등을 소개했다. 2021~2022년판은 코로나19로 하천 정화 활동을 미루었다고 설명했고, 2022~2023년판은 미원천 정화와 사업장 주변 환경 정비 실적을 담았다.
분석의 전환은 2023~2024년판에서 확인된다. 회사는 세계자연기금(WWF·World Wide Fund for Nature)의 생물다양성 리스크 필터를 활용해 국내 사업장의 위험을 분석했다. 이어 2024~2025년판부터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시 협의체(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LEAP 접근법을 적용했다.
LEAP는 자연과의 접점 파악(Locate), 의존·영향 평가(Evaluate), 위험·기회 평가(Assess), 대응·공시 준비(Prepare)로 이어진다. 회사가 자연을 사업 운영과 연결해 살피기 시작했다는 점은 진전이다. 다만 분석 결과에 따라 무엇을 바꾸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1400그루·1200본, 그 뒤의 생태계는
보전 활동의 실적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2023년에는 천안 성성호수공원에 배롱나무 1400그루를 심었다고 보고했다. 2024~2025년판에는 청주 용암초등학교에 멸종위기식물 등 1200본을 식재하고 청원구에 도시생태숲을 조성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신 보고서는 청주 무심천과 천안 원성천의 교란식물 제거, 1사 1하천 활동과 천안사업장의 표창을 소개했다.

이 수치와 기록은 활동이 시행됐다는 근거다. 그러나 식재한 식물의 생존율과 번식 여부, 토착식생의 회복, 하천 생물군집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후 비교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멸종위기식물 등 1200본"을 멸종위기식물만 1200본 심었다는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된다.
교란식물 제거는 토착생물이 회복할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성과를 판단하려면 제거 뒤 같은 식물이 다시 번성했는지, 토착식생이 자리 잡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 공개자료로 내릴 수 있는 평가는 보전 활동은 확인되지만 생물다양성 증진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력기기의 자연 접점은 공장 밖까지
LS일렉트릭의 자연 영향은 원료가 생산되는 곳부터 제품이 사용되는 현장까지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청주·천안·부산사업장의 원재료 사용량은 철 4만4100톤, 비철 1만3360톤, 수지물 3400톤이었다. 전년보다 각각 약 29.4%, 13.2%, 2.2% 늘었다. 금속의 채굴·제련과 소재 생산 과정의 토지 이용, 용수 사용, 오염물질 배출도 평가 대상이다.
회사는 분쟁광물 관리와 제련소 정보 수집 체계를 운영한다. 그러나 분쟁광물 관리가 원료 산지의 서식지 훼손까지 평가했다는 뜻은 아니다. 주요 원료의 산지별 생태 민감도와 자연 위험에 따른 공급처 변경 실적은 공개자료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공장과 사업의 입지도 중요한 접점이다. 사업장 조성·증설이 토지피복과 서식지 연결성에 미친 변화는 별도 분석이 필요하다. 회사가 수행하는 태양광 설계·조달·시공(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과 해상풍력 전력 연계 사업도 입지와 설계에 따라 자연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저탄소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생물다양성에도 이롭다고 판정할 수는 없다.
◆줄어든 물·폐기물, 엇갈린 환경지표
본업의 환경 개선은 확인된다. 회사는 2023년 카드뮴을 대체한 접점 소재를 생산공정에 도입했고, 2024년 8월 해당 접점 소재의 교체를 완료해 카드뮴 사용 공정을 폐쇄했다고 보고했다. 2025년 8월에는 사업장에서 식물유 변압기로의 설비 교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유해물질 사용과 누유에 따른 환경 부담을 줄이려는 구체적인 실행이다.
최신 보고서의 국내 3개 사업장 자료에서 용수 사용량은 2024년 18만6484㎥에서 2025년 14만2207㎥로 23.7% 줄었다. 전체 폐기물도 3227.50톤에서 2523.11톤으로 21.8% 감소했다. 반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2749㎏에서 4279㎏으로 55.7%, 지정폐기물은 93.96톤에서 181.56톤으로 93.2% 늘었다. 폐기물 재활용률은 98.5%에서 97.3%로 낮아졌다.
유해화학물질 사용량은 2.15톤에서 10.29톤으로 증가했다. 다만 회사는 2025년 초미세 구리 분말이 유해화학물질로 신규 지정돼 대응했다고 설명한다. 신규 지정에 따른 집계 변화와 실제 사용 증가의 영향을 분리하기 전에는 이 수치를 독성 부담의 증가율로 해석할 수 없다.
환경지표는 회사가 자연에 가하는 압력의 일부를 보여준다. 용수 수치 중 청주사업장에는 LS e-Mobility Solutions의 실적도 포함돼 있다. 용수와 폐기물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주변 생태계가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다. 청주·천안의 폐수 위탁처리, 부산의 직접 방류 등 처리 경로와 영향을 받는 수계까지 연결해 살펴야 한다.
◆반경 50㎞의 지도는 출발점이다
회사의 위치 기반 분석은 청주·천안·부산 생산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통합 생물다양성 평가도구(IBAT·Integrated Biodiversity Assessment Tool)를 활용해 사업장 반경 50㎞의 보호지역과 위협받는 종을 파악했다. 최신 보고서의 부산사업장 분석에는 위급종 14종, 위기종 45종, 취약종 61종이 제시됐다.
이 수치는 민감지역을 선별하기 위한 정보다. 공장 부지에서 현장조사로 확인한 종 수나 회사가 보호한 종 수를 뜻하지 않는다. 반경 50㎞ 전체를 공장의 실제 영향권으로 볼 수도 없다. 공장과 보호지역 사이의 수계 연결, 오염 이동 경로, 실제 사업활동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회사는 자연자본 의존·영향 분석 도구인 ENCORE(Exploring Natural Capital Opportunities, Risks and Exposure)를 통해 전기설비 제조업의 수질·토양 독성 오염물질 배출 영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업종 특성에 따른 잠재 영향이며 해당 공장의 오염 피해를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선별평가를 현장조사와 공정별 관리 목표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시가 경영을 바꿨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TNFD의 취지는 자연 의존·영향과 위험·기회를 파악해 기업의 전략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데 있다. LS일렉트릭은 물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자연의 수질 정화 기능 약화에 따른 비용 증가, 유해물질 누출에 따른 처리비용과 평판 위험 등을 제시했다. 자연 위험을 경영의 언어로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분석에 따라 바뀐 투자·입지·조달 결정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생태적 기준선과 보전 목표, 목표 대비 연차 실적, 생물다양성 성과와 경영진 보상의 연결도 확인하기 어렵다. 기존 환경 개선을 자연공시의 효과로 소급해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식물유 변압기는 이미 2020~2021년판에 등장했고, 카드뮴 대체도 LEAP 분석 도입 전부터 추진됐다.
공급망 관리의 실행은 확대됐다. 회사는 2025년 협력회사 29곳을 환경·안전 실사해 개선사항 173건을 발굴하고 86%를 개선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 가운데 생물다양성 관련 항목이 무엇인지, 자연 위험 분석이 실사와 개선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최신 로드맵은 자연자본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2027~2029년, 관리체계의 공급망 확산을 2030년 이후 과제로 제시한다. 2023~2024년판에서 계획했던 2025~2027년 가치사슬 전반의 생물다양성 활동과 어떤 관계인지도 설명이 필요하다. 다음 보고서에는 분석 도구의 이름과 활동 실적을 넘어, 자연을 고려해 바뀐 사업 결정과 현장의 생태 변화를 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