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얼음 회복시킨 ‘바닷물 펌프’…지구 더 뜨겁게 만드는 모순 될 수도

바닷물 퍼 올려 얼음 위에 뿌리는 방법
얼음 두께 최대 32㎝ 증가…50년치 회복
에너지·생태계 영향은 여전히 숙제
“기후위기 해법 아닌 시간 벌기 기술”
확대 여부는 재생에너지 활용이 관건
2026.07.09 09:44:34 댓글 0
북극 바다 얼음 늘리기 실험을 묘사한 이미지. (자료=챗 GPT 이미지)

지구온난화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북극 바다 얼음(해빙)을 인위적으로 다시 두껍게 만드는 데 국제 공동연구진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겨울철 바닷물을 얼음 위로 퍼 올려 다시 얼리는 단순한 방법만으로도 얼음이 최대 32㎝ 두꺼워지고 봄철에도 더 천천히 녹는다는 사실을 현장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50년 동안 감소한 얼음 두께를 한 시즌 만에 회복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경제성, 북극 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기·기후과학과와 영국 비영리단체 리얼 아이스(Real Ice), 케임브리지대학교, 알래스카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지구물리학회(AGU)의 기후변화 분야 국제학술지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북극 해빙 급감…'시간을 벌 방법' 찾다


연구진이 이 같은 실험에 나선 이유는 북극 얼음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북극 얼음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979년 이후 북극 바다 얼음 면적은 약 20% 감소했고, 여름철인 9월의 얼음 면적은 약 40% 줄었다. 평균 얼음 두께 역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현재와 같은 온난화가 이어질 경우 금세기 중반에는 여름철 북극에서 사실상 얼음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바다 얼음 감소가 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이다. 흰색 얼음은 태양빛을 우주로 반사하지만, 얼음이 녹아 드러난 검은 바다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 때문에 북극은 더 빨리 따뜻해지고, 다시 얼음이 줄어드는 '알베도 피드백(반사율 되먹임)'이 작동한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성층권 에어로졸 살포, 바다 반사율 증가, 유리 미세입자 살포 등 다양한 북극 지질공학 기술이 제안됐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연구진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현실성이 높은 방법으로 꼽혀온 '겨울철 바닷물 침수(artificial flooding)'를 실제 북극에서 검증하기로 했다.


(자료=Frontiers in Science, 2025)
북극 바다 얼음 늘리기 실험 장비 모식도. (자료=Earth's Future, 2026)
실험 지역인 캐나다 누나부트주 케임브리지 베이. (자료=Earth's Future, 2026)



◇바닷물을 퍼 올려 얼음을 만들다


실험은 2024년 겨울부터 2025년 봄까지 캐나다 누나부트주 케임브리지 베이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1㎞×1㎞ 규모의 시험장을 조성한 뒤 해빙에 구멍을 뚫고 바닷물을 전기 배터리로 구동되는 펌프를 이용해 얼음 위로 끌어올렸다. 바닷물은 눈층을 적신 뒤 곧바로 얼어 새로운 얼음층을 형성했다.


실험에는 모두 4대의 펌프가 사용됐다. 시간당 약 48㎥의 바닷물을 퍼 올렸으며, 한 번의 펌핑은 약 3시간 45분 동안 이어졌다. 전체 실험 기간 동안 약 3만㎥의 바닷물을 퍼 올려 0.25㎢ 면적의 얼음을 인위적으로 침수시켰다. 일부 지역은 한 차례, 일부는 두 차례 침수시켜 효과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봄철인 5월 조사에서 인공 침수를 실시한 지역의 얼음은 침수를 하지 않은 지역보다 최대 32㎝ 더 두꺼워졌다.


침수 시기와 횟수에 따라 효과도 달랐다. 12월 한 차례 침수한 지역은 평균 13㎝, 1월 한 차례 침수한 지역은 평균 22㎝ 두꺼워졌다. 12월과 2월 또는 1월과 2월 두 차례 침수한 지역에서는 얼음 두께가 28~32㎝까지 증가했다. 모든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연구진은 이 수치가 갖는 의미에 주목했다. 케임브리지 베이의 장기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지역 얼음은 지난 50년 동안 약 30㎝ 정도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실험이 그 감소분을 한 번의 겨울 동안 사실상 회복한 셈이라는 것이다.


바다 얼음을 늘린 모습. (자료=Earth's Future, 2026).
바다 얼음 늘리기 실험 결과. 주변 다른 얼음보다 훨씬 하얗고 반사율도 높다. (자료=Earth's Future, 2026).


얼음은 더 밝아지고 더 천천히 녹았다


얼음이 두꺼워진 것만이 아니었다. 드론으로 봄철 해빙을 관측한 결과, 인공 침수를 실시한 지역은 침수를 하지 않은 지역보다 훨씬 밝게 나타났다. 표면 반사율이 높아지면서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우주로 반사했고, 녹는 속도도 20~40% 정도 느려졌다.


연구진은 그 결과 침수된 얼음이 일반 얼음보다 약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더 오래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북극 얼음이 여름철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효과로 평가된다.


왜 이런 효과가 나타났을까. 비결은 눈층에 있었다.


평소 눈은 담요처럼 얼음을 덮어 바닷속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바닷물을 뿌리면 눈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단열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그 결과 바닷속 열이 더 많이 빠져나가고, 바다 얼음 아래쪽에서 새로운 얼음이 더 빠르게 성장한다. 즉 단순히 얼음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얼음 자체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생태계에는 득일까, 실일까


기술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해서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적설량 감소다.


실험에서는 침수 지역의 눈 두께가 최대 13㎝ 정도 얇아졌다. 문제는 고리무늬물범이 눈 속에 굴을 만들어 새끼를 낳고, 북극곰 역시 이러한 눈 굴을 번식에 이용한다는 점이다. 적설량이 줄어들면 번식 성공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극곰 (사진=위키피디아)
고리무늬물범(Pusa hispida). (자료=위키피디아)


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얼음이 오래 유지되면 플랑크톤과 어류는 물론 북극곰, 바다코끼리, 물개 등 얼음에 의존하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를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연구진도 “얼음 유지 자체는 북극 생태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인위적인 환경 변화가 먹이사슬 전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큰 논란은 에너지 문제다.


이번 실험에서는 전기 배터리로 펌프를 가동했다. 논문에는 정확한 비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연구진은 북극 전체 규모로 확대할 경우 막대한 에너지와 운영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만약 이러한 펌프를 화석연료 발전으로 가동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얼음을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셈이어서 지구온난화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연구진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이번 기술을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지적 적응 및 완화(Local adaptation tool)'를 위한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즉 탄소배출 감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 생태계가 버틸 시간을 벌어주는 보완책이라는 것이다.



◇북극 전체로 확대할 수 있을까


북극 전체로 확대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적지 않다. 이번 실험이 실시된 면적은 0.25㎢에 불과하다. 반면 북극 해빙은 계절에 따라 수백만㎢에 이른다. 이를 실제 북극 전체로 확대하려면 수많은 펌프와 전력 공급시설, 유지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북극 원주민의 이동과 사냥 활동, 해양생태계 변화, 사회적 수용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구진도 대규모 적용에 앞서 경제성과 사회·문화적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은 계속 연구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의 의미를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기술'에서 찾는다. 북극 얼음을 실제로 두껍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현장에서 입증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대규모 적용이 이뤄진다면 펌프는 반드시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으로 가동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음을 만들기 위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드는 모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은 재생에너지 활용 방안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에너지와 경제성이 핵심 과제라는 점은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경제성, 생태계 보전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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