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역에서 버스로 동쪽으로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바다 인근 언덕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국내 유일의 방폐장이다.
기자가 지난 13일 찾은 현장에서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식이 열렸다. 새 시설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장갑·방호복·필터류 등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처리하기 위한 시설이다. 총사업비 3141억원이 투입됐으며 200리터 드럼 기준 총 12만5000드럼 규모를 처리할 수 있다. 해당 시설은 향후 25년 가량 운영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마주한 표층처분시설은 가까이서 보니 훨씬 거대한 규모였다. 가로·세로 20m, 높이 10m 규모의 콘크리트 처분고 20개가 일렬로 배치돼 있었고 폐기물을 옮기는 이동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었다. 폐기물을 실은 차량이 시설 안으로 들어오면 천장 위를 오가는 크레인이 드럼을 집어 처분구 안으로 옮긴다.
이경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시공관리팀장은 “드럼을 한 층씩 적재한 뒤 내부를 채우고 이를 반복해 총 9단까지 쌓는다"며 “이후 콘크리트 슬라브와 흙으로 덮어 완전히 밀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처분이 완료된 시설은 이후 약 300년 동안 지속적인 방사선 및 환경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의 의미는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 보관하던 저준위 폐기물을 건설비가 더 저렴한 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는 저준위 폐기물을 넣지 않아도 돼 방사능 수치가 더 높은 중준위 폐기물을 더 많이 보관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1단계 동굴처분시설의 총사업비는 1조5436억원으로 2단계 시설 사업비 3141억원의 약 5배에 이른다.
기자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을 살펴본 이후 버스를 타고 지하 동굴처분시설로 이동했다. 터널을 따라 약 3분간 내려가자 지하 약 120m 아래 거대한 원통형 사일로 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방사능 농도가 더 높은 중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1단계 동굴처분시설이다.
2단계 시설은 지상에 건설된 저준위 폐기물 처리 시설인 만큼 특별한 방호복 없이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단계 시설로 들어가기 전에는 방사능 측정기가 부착된 방호복을 착용해야 했고 스마트폰도 반납해야 했다. 현장 방사능 수치는 외부 건물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지만 보안과 안전 관리가 훨씬 엄격했다.
지하 시설 내부는 거대한 지하 플랜트에 가까웠다. 높이 50m, 직경 24m 규모의 사일로 6기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었고 폐기물을 실은 전용 차량이 동굴 내부까지 직접 들어왔다. 이후 자동 크레인이 차량 위 콘크리트 처분용기를 집어 사일로 내부 지정 위치로 옮긴다.
조윤영 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안전실장은 “폐기물은 발생지 예비검사와 현장 인수검사, 원자력안전위원회 처분검사 등 총 세 번의 검사를 거친 뒤 최종 처분된다"며 “처분 용기를 옮겨 실제 사일로 내부에 적재하기까지 약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으로 경주 방폐장은 기존 10만 드럼 규모 동굴처분시설과 함께 총 22만5000드럼 규모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는 오는 2031년 3단계 매립처분시설까지 추가 구축해 총 38만5000드럼으로 처리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방폐장 전체 부지는 약 206만㎡ 규모로, 최종적으로 총 8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회에서 지난 2월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이 통과된 만큼 정부는 중·저준위보다 방사능 세기가 높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고준위 방폐장 시설 부지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