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RE100]⑥ 태양광·풍력·원자력 정산단가 145.8원·136원·78원…송전망 부족도 발목

산업계 경제성·안정성 확보 위한 투자에 난색
한전이 부담한 RPS 관련 비용만 4조원에 달해
재생에너 설비 전체 22.36% 발전량은 10.9%
수도권에 전력 공급하고 싶어도 송전망 미비해
2024.11.11 10:53 댓글 0
▲동서발전이 운영중인 제주도 풍력발전기


국내 수출기업들 사이에서 글로벌 고객사의 RE100 이행 요구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 탓에 RE100 달성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별 기업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라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태양광·풍력 발전의 경제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태양광·풍력 정산단가(MWh 기준)는 각각 145.8원과 13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달 원자력 단가가 78원임을 감안하면 각각 86.92%와 74.36% 높은 수준이다. 석탄화력 발전 단가인 164.2원보다는 태양광·풍력 가격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으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이행비용정산금' 등을 감안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RPS 제도는 재생에너지 보급·확산을 위해 운용돼왔다. 대형 발전사가 총 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발전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면, 한국전력이 발전 원가와 전기 공급 가격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구조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해 지급하는 보조금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한전이 부담한 RPS 관련 비용인 4조원이 태양광·풍력 정산 단가에 반영된다면 가격이 석탄 이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다.

태양광·풍력 정산 단가는 지난 2017년 100원 미만을 기록했으나 2022년 이후 최근 3년 동안은 100원 이상으로 오히려 올랐다. 이 기간 원자력 정산 단가가 60원 안팎으로 견조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태양광·풍력 발전의 경제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력업계에서는 기존의 원자력 발전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 정산 단가는 기업의 원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너무 비싼 전기를 생산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다.

특히 수출기업이 많은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히려 발전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력 생산을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발전 단가에 대한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기업들 사이에서 국내 송전망 부족도 RE100 달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8월 기준 국내 재생에너 발전 설비용량은 3만3416MW로 전체 발전 규모의 22.36%까지 비중이 늘었다. 그러나 발전량은 올해 1~8월 누적 기준 4만3834GWh로 전체 발전량의 10.9%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송전망 설비가 미비해 재생에너지 발전 지역에서 주로 전기를 소비하는 수도권 지역으로 전기를 송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태양광·풍력 발전은 광범위한 면적이 필요하거나 바람이 계속 불어야 하는 등 자연적 조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남해안이나 제주 지역에 설비가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력 소비가 많은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으로 전력을 옮기려면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송전망 건설 반대 등으로 전력망 확충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이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불허한 경기도 하남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남시는 전자파 발생과 주민 협의 부족을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불허했으나, 한전은 이 처분으로 수도권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겨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같이 지역 주민의 반대가 적지 않아 송전망 확충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면 국가 경제와 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되지만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알아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기에 국가 차원에서 나서 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공급 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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