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정치권과 전문가, 업계의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아무리 늘어나도 이를 실어나를 송전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은 수년전부터 제기됐지만 결국 21대 국회에서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산업계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한 전력 공급 최적화 방안' 보고서에서 “송전망의 적기 확충을 위한 국가적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2003년 47GW(기가와트)에서 2023년 94GW로 9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발전설비 용량은 56GW에서 143GW로 154% 늘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송전설비는 2만8260c-㎞(서킷 킬로미터·송전선로 길이의 단위)에서 3만5596c-㎞로 26% 증가에 그쳤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발전 역시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2대 국회에서라도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SGI는 “최근 송전망 건설 사업이 평균 5∼6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며 “잇따른 사업 지연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해안∼신가평 500㎸(킬로볼트) 초고압 직류송전(HVDC) 건설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66개월 지연됐으며, 북당진∼신탕정 345㎸ 송전선로 사업은 150개월 미뤄졌다.
지연 사유로는 주민들의 송전설비 입지 선정 반대, 사업 인허가 시 관계 기관 의견 회신 지연, 지자체의 시공 인허가 비협조 등으로 나타났다.
박경원 SGI 연구위원은 “현행 지원 체계로는 인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현실적인 보상 금액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전력망 부족으로 인해 필요한 전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송전망 건설 지연에 따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송전망 건설 사업이 뒤로 밀리면서 발전 사업의 성장이 저해되고, 전력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GI는 “호남 지역은 송전망 부족으로 올해 9월부터 2031년까지 신규 발전 허가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기존 발전 설비 가동과 신규 발전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송전망 부족은 산업계 전기요금 인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전력망의 적시 확충은 국가 경쟁력 유지와 전력 안보를 위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전력망 확충 촉진법'을 통해 송전설비가 설치되는 지역의 주민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강화했고, 미국은 '인프라법'을 통해 에너지규제위원회의 송전망 사업 승인 기준을 완화했다.
국내의 경우 현재 국회에 발의된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전력망 확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박양수 SGI 원장은 “국가적 과제인 핵심 전력망 적기 구축을 위해 현행 건설 체계의 한계를 극복한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의 신속 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