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위기 시대] IEA 사무총장 “한국 CFE 이니셔티브, 에너지안보 높이고 기후 목표 달성…모범 보여줘”

파티 비롤,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 무탄소에너지 지지 의사 밝혀
“원자력,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이점 많아 주목"
IEA '세계에너지전망2024', 원자력 비중 2050년까지 10% 이상 전망
2024.11.06 11:34 댓글 0
▲파티 비롤(Fatih Birol) IEA 사무총장. IEA 제공


2024년은 글로벌 에너지위기가 수년째 지속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정책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에서 '원자력 확대'라는 변화를 겪은 한해였다.

특히 전세계의 최대 관심사인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 6월 치뤄진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는 극우세력이 장악하면서 그동안 추진되던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에너지 분야 국제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도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와 저탄소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에서 날아온 전혀 처리되지 않은 더러운 공기 속에 숨 쉬면서 불가능한 기후변화 대응에 수조 달러를 쓰며 즐겁게 굴러가고 있다"며 “이들 모두는 매년 석탄화력발전소를 수백개씩 짓고 있으며 독일도 여기에 동참했다"고 비판했다.

IEA는 최근 발간한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 2024에서 중국의 전기 수요는 특히 빠르게 증가해 2030년까지 모든 선진국의 수요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수년간 이어진 에너지위기로 글로벌 민심과 정치권은 탄소중립에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이같은 추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IEA에서도 내년에 세계적으로 원전 기반 전력 생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고, 석유 등 에너지원의 안정적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설립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기구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파티 비롤(Fatih Birol) 사무총장의 리더십 하에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온 현상과 지정학적 위험, 에너지 안보 위기 등 복합 위험 대처를 위해 청정에너지 역할을 강조해오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IEA본사. 사진=전지성 기자


EA는 제1차 석유파동 직후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1974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에너지 분야 국제기구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75%를 차지하는 45개 국가가 회원국·준회원국이다. 다양한 출신국가 직원들이 모여 세계 에너지정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과 민간 기업 출신 등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IEA 본사 내부. 세계 각국의 연구원들이 에너지원별 전망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보고서를 발간한다. 사진=전지성 기자

▲IEA 소속 연구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사진=전지성 기자


IEA는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우려될 경우 회원국들이 취해야 할 공동행동도 결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2022년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회원국들이 총 1억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도록 한 바 있다.

IEA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에너지 위기와 생활고 등으로 극우 정당들의 세력이 커지고 시민들의 각종 보조금 요구 시위가 빗발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 활용의 중요성을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최근 파티 비롤 사무총장이 한국의 무탄소에너지정책(CFE)을 지지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원전, 안전하게 사용된다면 안보 문제, 탄소 배출 저감에 도움"

프랑스 파리 IEA 본부에서 만난 비롤 사무총장은 “한국의 CFE 이니셔티브는 에너지 안보를 높이면서 기후 목표 달성에 있어서도 모범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모두에게 안전하고 저렴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하려는 IEA의 접근 방식과도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이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에 기여하는 이점이 많아 한국을 포함해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인도, 일본, 폴란드, 미국, 영국 등 점점 더 많은 국가 사이에서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정해진 시간과 예산에 맞춰 원자로를 건설하고, 소형모듈원전(SMR) 등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한국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청정에너지 전환 시대의 세 가지 도전 과제로 청정에너지 제조와 핵심광물 공급망의 다각화, 전력 안보, 원자력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가정, 교통 등 일상생활과 인공지능(AI) 등 산업 부문에서의 전기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방향성은 명확하다"며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가 문제다. 더 많은 발전소를 짓고 있지만 생산된 전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전력망 건설은 무시되고 있다"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세계적으로 500기가와트(GW)의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연결됐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재생에너지는 훨씬 더 많았다"며 “향후 몇 년간 전력안보에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IEA가 3년 전에 정확하게 예측했듯 원자력은 다시 강력하게 돌아오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현재는 여러 국가가 원자력 발전소의 용량을 늘리고 원자력 발전소를 처음 건설하는 국가들도 있다"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원자력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전력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정부는 원자력이 전력 안보와 기후 변화,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는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에너지전망(WEO)2024 “탄소중립 목표 달성 위해 화석연료 줄이고 재생E, 원전 확대"

IEA는 우리나라의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세계 각국의 에너지정책을 토대로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 WEO)을 매년 발간한다. 올해도 지난 10월 WEO 2024를 발간했다.

에너지위기 등 불확실성을 반영해 시나리오 별로 재생에너지, 전기화, 액화천연가스(LNG) 활용 변동에 대한 사례, 더위, 에너지효율성, 인공지능(AI)의 부상이 향후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IEA 관계자는 “WEO는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에너지 분석과 예측으로 에너지 수요와 공급 등의 가장 큰 추세를 파악하고 탐구하며 에너지 안보, 탄소배출과 경제 개발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의 전망은 중동의 위험 증가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배경에서 시작됐다"며 “의사 결정권자들이 깨끗한 에너지 전환을 진행하면서 직면한 다양한 에너지 보안 문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깨끗한 기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전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WEO 2024는 세계가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향한 여정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그리고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잠정적인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며 “유럽과 세계 여러 지역에서 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2020년 이전 20년간의 평균 증가율과 동일한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증가하는 세계 인구와 더 높은 소득으로 인해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는 반면, 에너지 수요 증가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간 0.7%로 둔화돼 지난 10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대부분의 성장은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효율성 향상과 전기화로 인해 세계 에너지 수요가 약간 감소하고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장기적으로 더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수요 증가는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전기화 증가, 특히 전기 자동차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 증가가 근본원인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최종 소비에서 전기의 점유율은 현재 20%에서 2035년 26%,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3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향후 재생에너지가 주도하는 저탄소 에너지원 확대로 화석연료 점유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에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전기 공급의 30%를 제공한 반면, 화석 연료는 50년 만에 가장 낮은 점유율인 60%로 감소했다. 203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점유율은 40%를 초과하고 2050년까지 거의 60%로 증가하며 원자력의 점유율은 10%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에 따르면 화석연료는 2023년 세계에너지 수요의 80%를 충족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에 대한 수요는 2030년까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공과 석유화학에 대한 석유 사용은 2050년까지도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천연가스 수요도 신흥 시장과 개발 도상국에서 여전히 강력하며, 석탄 사용 감소는 비교적 점진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IEA 관계자는 “각국의 탄소중립 공약을 이행하려면 태양광, 풍력, 원전, 전기차, 히트펌프, 수소와 탄소 포집 등 7가지 청정 에너지 기술이 저렴하고 안전한 전환의 핵심"이라며 “전 세계적 에너지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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