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가을철 태양광 발전량 급증…타발전원은 ‘죽을 맛’

31GW 태양광 설비이용률 봄가을철 집중적으로 높아져
10일 오후 12시30분 5836MW, 전체발전량 7.3% 비중
수급불균형 발생 시 타발전원 출력 축소 등 불안정 수시 발생
업계 “태양광 늘면서 전력시장 효율·안정성 저하, 한전 비용도 늘어”
2024.09.10 14:43 댓글 0
▲태양광 발전 설비

전력 수요가 감소하는 가을철에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고 있어 전력시장 운영의 불안정성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송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량 증감에 대비하기 위해 타 발전원의 출력제어, 가동대기 등 전력계통운영 측면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태양광 발전량은 5836메가와트(MW)로, 전체 발전량 7만9978MW의 7.3%를 기록했다. 특히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374MW까지 합하면 전체 발전량의 10.3%까지 높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부하기 발전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11월 3일까지 총 51일간 가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실시한다. 전력당국은 계통 불안정이 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2023년 봄부터 경부하기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운영 중이며, 이번이 네 번째이다.

산업부가 제시한 경부하기 대책 주요내용은 발전량 감축, 수요량 증대, 국지적 계통 안정화 등 선제적 안정화 조치다.

발전량 감축 방안으로는 △주요 발전기 정비 일정 조정 △석탄단지 운영 최소화 △공공기관 자가용 태양광 운영 최소화이다. 또한 수요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수요자원(DR) 활용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시간 조정 등을 추진한다.

이 조치에 따라 이미 일부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들은 한여름에도 가동률이 15%대에 그치는 등 송전제약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가을철에도 손실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력당국은 일부 석탄화력발전소들에 가을철 최대 가동률을 10%대 이하로 제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발전소의 가동률이 최소 60%는 돼야 건설비 등 고정비와 연료비를 회수할 수 있다. 절반인 30%로 가동률이 제한되면 수익악화를 넘어 부도의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강릉에코파워 3000억원, GS동해전력이 500억원, 포스코 삼척블루파워도 시운전을 마치고 나면 연간 2600억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전력도매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한전은 낮시간에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나면 해당시간에 더 저렴한 발전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살 수 없어 재무악화도 불가피하다.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의 전제는 수요와 공급의 일치인 만큼, 전력당국은 그간 여름·겨울철 증가하는 전력수요 대비 발전량이 부족한 '공급부족'을 대응해왔다.

그러나 최근 태양광과 풍력 등 변동성·경직성 전원 증가, 태양광 발전원의 지역 편중 등 계통여건 변화에 따라 봄·가을철 '공급과잉'이 계통 안정성을 위협하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봄·가을철은 냉난방 수요가 크지 않아 많은 발전량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부하기이나, 현재 약 31GW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이용률은 이 시기에 높아지므로, 주말을 중심으로 낮시간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전국적인 수급불균형 상황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또한 태양광이 밀집된 일부 지역에서는 발전량이 송전선로 수용용량을 초과하는 국지적 계통 불안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전은 전기사업법 31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자의 전기를 우선 구매할 수 있다'를 근거로 같은 시간대에 생산된 전기 중 재생에너지 전기를 우선 구매하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강제조항이 아님에도 비싼 태양광을 먼저 사는 건 말이 안 된다. 태양광 발전은 연료비용은 0원인데 해당시간 변동비가 가장 비싼 발전원의 가격으로 정산해주는 계통한계가격(SMP)으로 정산받고 거기에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에도 가중치를 적용받고 있다"며 “지금은 고비용 구조를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태양광은 계통 불안정성 확대, 흐리거나 비가 올 경우 태양광 발전이 급격이 줄어드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타 발전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도 있다.

태양광 발전이 급증한 여파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등의 감발 운전으로 이어졌다. 전기는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도 송배전망에 문제를 일으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며 전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의 출력을 낮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은 발전기를 켰다가 끄는 시간이 오래 걸려 지금처럼 수요가 많을 때는 상시 운전을 하고 있어야 한다. 출력을 낮춘다고 해도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면 해당 시간에 생산한 전기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몰 후 저녁시간에 급격하게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 때 열대야 등으로 냉방수요가 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는 LNG 발전의 필요성도 커진다.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LNG 발전이 늘어야 하는 상황이다. 태양광 발전은 효율도 최대 25% 안팎에 불과해 80%를 웃도는 다른 발전원들에 비해 절대적인 설비용량도 더 많이 필요하다. 현재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전력시장 내 9.1GW, 전력시장 외 21.5GW로 총 30.6GW에 달한다. 원전 30기에 해당한다.

산업부 측은 “새만금, 서남해, 신안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연계, 재생에너지 예측 기반의 선제적 계통보강 추진 등 재생에너지 등의 발전기 연계를 위해 적기에 계통을 보강할 것"이라며 “전력계통 신뢰도 준수 및 발전제약 완화를 위한 ESS(1.4GW) 설치, 고장전류, 전압 불안정 해소를 위한 계통안정화 설비 확대·적용 등 전력계통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계통을 안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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