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했지만, 시행 3개월 뒤에도 10명 중 8명이 여전히 SNS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만으로 우회 이용을 막기 어렵다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추천 알고리즘과 플랫폼 설계를 포함한 규제 방식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10일 “우회 이용을 기술적으로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호주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국내 정책에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16세 미만 제한에도 81% 이용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대상 플랫폼은 16세 미만 이용자가 계정을 만들거나 보유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 초기 조사에서는 상당수 청소년이 여전히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 산하 온라인 안전 규제기관 e세이프티(eSafety)가 청소년과 가족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령 제한 대상 SNS를 하나 이상 이용한다는 청소년 비율은 제도 시행 전 86%에서 시행 3개월 뒤 81%로 5%포인트(p) 감소하는 데 그쳤다. 매일 또는 그보다 자주 SNS를 이용한다는 비율도 같은 기간 60%에서 58%로 줄었다.
청소년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른 접속 방식을 이용한 사례도 조사됐다. 가짜 계정을 사용했다는 응답은 15~19%, 시크릿 브라우저를 활용했다는 응답은 6~11%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 비디오 게임 플랫폼으로 이용이 이동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빅토리아 내시 영국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OII) 부교수는 지난 6월 전문가 논평에서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온라인에 접속하려는 청소년들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령 제한을 우회하거나 다른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방미통위도 이 같은 해외 사례를 국내 정책 논의에 참고하고 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계속 들어야 한다"며 “여러 방안의 장단점을 살펴 국내 환경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韓, 연령 제한에 알고리즘 규제 더한다

국내에서는 청소년 SNS 가입 제한과 함께, 추천 알고리즘 적용 여부를 이용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 기록과 검색어, '좋아요' 등을 분석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이 더해지면, 이용자가 별도로 선택하지 않아도 다음 콘텐츠가 끊김 없이 이어진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 연구에서는 특정 관심 분야 영상을 연속해 시청할수록 비슷한 콘텐츠의 추천 비중이 높아지고 노출되는 해시태그의 다양성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비슷한 콘텐츠가 연속적으로 추천되는 이른바 '토끼굴'(rabbit hole) 현상이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의 정보 추천 방식과 노출 기준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개인화 추천 기능의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청소년에게도 이 같은 알고리즘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방미통위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14세 미만은 SNS 가입을 제한하고,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중독성 디자인이나 과몰입을 유도하는 추천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연령 확인 의무화와 부모 동의 제도도 논의 대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규제 방식과 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회의에서 '청소년 SNS 이용환경 개선안'을 논의하고, 해외 사례 등을 살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청소년 과의존 43%…숏폼 이용도 확대

알고리즘과 서비스 설계가 별도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청소년의 높은 스마트폰 과의존 수준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2.7%로 전년보다 0.2%p 낮아졌다. 2021년 24.2%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하락했다.
반면 10~19세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은 43%로 전년보다 0.4%p 상승했다. 2021년 37%에서 4년 동안 6%p 높아져 전체 이용자 평균의 두 배에 육박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청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20분으로 나타났다.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에서는 인스타그램 릴스가 37.2%로 유튜브(35.8%)를 앞섰다.
◇ 뉴욕·EU는 이미 '플랫폼 설계' 규제
해외에서는 연령 제한을 넘어 청소년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과 플랫폼 설계까지 규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달 28일 'SAFE for Kids Act'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확정했다. 내년 1월 25일부터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부모 동의 없이 알고리즘으로 개인화된 이른바 '중독성 피드'를 제공하는 것이 제한된다.
유럽연합(EU)은 규제 범위를 플랫폼 설계까지 넓히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틱톡의 '중독성 설계'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예비 판단을 내렸다. 문제로 지목한 기능에는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푸시 알림, 고도로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향후 어떤 기능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을지가 쟁점이다. 개인화 추천뿐 아니라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등을 '중독성 설계'로 보고 제한할지에 따라 규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개인화 추천은 SNS뿐 아니라 동영상·쇼핑·뉴스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어 적용 대상을 정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연령 확인의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함께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면 추가적인 개인정보 수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절차가 느슨하면 호주 사례처럼 허위 연령이나 가짜 계정을 통한 우회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일부 기능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규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일부 기능을 막더라도 우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어중간하게 제한하기보다는 차단하거나 허용한 뒤 다른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등 명확한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미통위는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동일한 규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도입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거쳐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