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6일 네이버에서 '멧돼지 올무', '멧돼지 덫'을 검색하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노출됐다. 상품명에는 '멧돼지 올무 덫 포획 고라니 트랩', '야생동물 와이어 퇴치 트랩' 등의 표현이 들어 있었다. 가격은 3만100원에서 8만9200원이었다. 같은 날 살아 있는 관상어를 판매하는 스마트스토어 상품도 검색 색인에서 확인됐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상품등록정책은 살아 있는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관상어를 취급불가상품으로 분류한다. 덫·창애·올무처럼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안내한다. 정책과 실제 검색 결과 사이에 괴리가 있었던 셈이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와 사옥 주변에서는 생물다양성 조사와 보전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사업인 검색·쇼핑 플랫폼을 통해 어떤 자연 관련 위험이 발생하는지, 취급불가상품을 얼마나 발견하고 차단했는지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문헌조사에서 현장조사와 번식 확인까지
네이버의 생물다양성 관리는 최근 몇 년 사이 분명히 진전됐다. 2021년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개발면적을 최소화하고 기존 지형과 수목을 보전하거나 옮겨 심겠다는 설계 원칙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생물다양성 자료를 보관하는 아카이브 구축도 주요 활동이었다.
2023년에는 국립생물자원관의 공개자료를 이용해 사업장이 위치한 춘천·성남·세종·광주 지역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4종이 서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업장 현장조사가 아니라 시 단위 문헌자료에 기반한 잠재적 분포 분석이었다.
2024년 보고서부터 변화가 나타났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각 춘천과 연수시설 커넥트원 경계에서 약 500m까지를 조사하고, 세 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조류 34종과 포유류 15종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큰말똥가리·독수리·참매·새매·삵·담비·하늘다람쥐 등 법정보호종 7종도 포함됐다. 인공둥지 설치와 둥지 재료 제공, 조류 충돌 방지시설 검토가 뒤따랐다.
2026년 6월 공개한 2025 네이버 통합보고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네이버는 처음으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인 TNFD의 LEAP 접근법을 춘천 사업장에 적용했다. 소양강 수자원에 대한 의존, 토지 이용과 도로로 인한 서식지 분절, 빛·소음, 불투수면 증가 등을 자연 관련 영향 경로로 식별했다.
활동의 결과도 일부 공개했다. 인공둥지 11개 중 5개에서 박새와 딱새가 번식했고, 이 가운데 3개에서는 두 번째 번식까지 확인됐다. 옥상녹화지역에서는 과거 문헌조사보다 식물종이 약 100종 늘었다고 밝혔다. 커넥트원 안팎에서는 생태계 교란식물을 제거했고, 성남 율동공원 생물다양성 탐사에도 임직원들이 참여했다.
인공둥지 설치라는 '활동량'에서 실제 이용과 번식이라는 '생태적 결과'로 공시가 이동한 점은 의미가 있다. 사업장 녹지와 인공둥지가 최소한 일부 조류의 번식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네이버의 활동이 지역 생물다양성을 순증가시켰다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 박새와 딱새의 번식은 확인됐지만, 인공둥지 설치 전후 지역 개체군이 얼마나 변했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식물종 증가 역시 과거 문헌조사와 현재 현장조사의 조사 시기·범위·횟수·탐지 노력이 동일했는지 알 수 없다.
서식지 면적과 질, 생태축 연결성, 종별 개체수와 점유율, 번식 성공률의 장기 추세, 대조지역도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현재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생물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네이버의 활동 때문에 지역 생물다양성이 순증가했다는 인과관계까지는 아니다.
◆사업장 21.7㏊보다 훨씬 큰 자연과의 접점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가 2026년 7월 발간한 '더많은자연 이행을 위한 KOSPI 상위 30개사의 자연과의 접점 분석'은 네이버의 자연 관련 영향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보고서는 실제 분석 대상 29개 기업의 국내 사업장 216곳을 위성영상과 토지피복 자료로 분석했다. 기업 부지와 부지에서 5㎞까지의 '영향권'에서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자연지역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다.
분석 대상이 된 네이버 사업장은 8곳으로, 부지 면적은 21.7㏊였다. 이들 부지 안에서 집계된 자연지역 감소 면적은 7.4㏊였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설정한 5㎞ 영향권 5만6481.6㏊에서는 자연지역 감소 면적이 2만3564.7㏊로 커졌다.
보호지역과 핵심생물다양성지역,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 지역 등을 합쳐 중복을 제거한 민감지역은 네이버 영향권 안에서 1만5486.3㏊로 분석 대상 기업 중 7번째로 넓었다. 잠재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종은 593종으로 3번째로 많았다.
이 숫자를 '네이버가 2만3564.7㏊의 자연을 훼손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풀씨행동연구소도 기업의 부지 취득·운영 시점을 모두 확인할 수 없고, 5㎞ 안의 장기적인 토지 변화에는 도시개발과 도로 건설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한다고 명시했다. 잠재 서식종 역시 실제 현장에서 확인된 종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결과는 자연과의 접점을 소유 부지 경계로 한정할 경우 중요한 위험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연구소는 네이버·카카오·크래프톤 등 정보·플랫폼 기업을 비교하면서, 네이버의 영향권 자연지역 감소와 민감지역 중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배경으로 춘천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지목했다.
이 분석에도 공백은 있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과 냉각수의 외부 조달, 서버·반도체·건축자재 공급망, 디지털 인프라의 간접 영향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소도 공개된 위치정보의 한계 때문에 기업 가치사슬을 분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살아 있는 동물과 멸종위기 식물로 이어진 구매 경로
<자연자본시대>는 네이버의 플랫폼 사업이 생물다양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살아 있는 동물과 보호 식물을 대상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 여부를 검색했다.
검색 색인에서는 '관상어 네온테트라 30마리'를 판매하는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확인됐다. 공개된 판매자 SNS에서는 도롱뇽류를 비롯한 양서·파충류 분양 게시물과 스마트스토어 구매 경로를 함께 안내한 사례도 발견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나도풍란과 Ⅱ급 석곡을 판매·배송한다고 홍보하면서 프로필의 스마트스토어를 구매 경로로 안내한 공개 게시물도 확인됐다. 나도풍란과 석곡의 법적 보호등급은 국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게시물들만으로 불법 채취나 불법 거래를 단정할 수는 없다. 멸종위기 식물도 적법하게 인공증식한 개체라면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침은 유통·보관 단계에서 인공증식증명서 또는 사본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판매자의 증명서와 개체의 출처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불법거래 그 자체가 아니라, 보호종 거래 가능성이 있는 상품과 판매 경로가 네이버 쇼핑 생태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플랫폼이 증명서의 존재와 개체별 출처를 확인하는지, 야생 채취품과 인공증식품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는 공개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멧돼지 올무'는 노출, 실제 엽총은 확인 안 돼
불법 수렵에 전용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시범검색에서는 가장 명확한 결과가 올무와 덫이었다. '멧돼지 올무', '고라니 덫', '야생동물 포획 트랩' 등의 검색어로 다수의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노출됐다.
현행 야생생물법 제10조는 학술연구나 허가된 유해야생동물 포획 등 예외를 제외하고 덫·창애·올무와 야생동물 포획도구의 제작·판매·소지·보관을 금지한다. 위반하면 제70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자연자본시대>는 상품을 구매하거나 판매자의 자격과 예외 허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개별 판매자의 위법성을 따지지는 않았지만, 법률상 금지 가능성이 매우 큰 상품이 일반 소비자 대상 검색 결과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석궁'과 '사냥용 석궁'을 검색하면 '수렵', '멧돼지', '조류 퇴치', '크로스보우' 등의 표현이 들어간 상품들도 노출됐다. 그러나 상품명에 석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법률상 석궁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구조와 발사장치를 검사해야 한다.
법정 석궁에 해당한다면 총포화약법 제8조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판매·임대가 금지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상품 상세 구조와 경찰의 분류를 확인하지 못해 해당 상품들을 불법 석궁으로 집계하지 않았다.
'엽총'과 '공기총' 검색 결과에서는 장난감·모형, 거치대, 가방과 부품류가 주로 노출됐으며 실제 엽총이나 수렵용 공기총 판매는 확인하지 못했다.
네이버는 <자연자본시대>에 “야생동물 포획 목적의 덫, 올무 등, 멸종위기 동/식물은 판매 불가이며, 식용 활수산물/사육 곤충류/유충 등 외 살아 있는 동물 역시 판매 불가로, 네이버는 상시 모니터링 및 조치를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매 불가 상품 차단' 성과는 왜 공개하지 않나
네이버의 2025 통합보고서는 AI를 활용한 '온라인 판매 불가 상품 차단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상품군을 대상으로 했는지, 야생생물과 올무를 몇 건 발견했는지, 신고 전 탐지율과 평균 삭제시간이 얼마인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전년보다 10% 증가했다고 강조하고, 환경·사회 관련 인증정보가 등록된 상품 25만8465개의 현황도 제시한다. 친환경 상품을 얼마나 늘렸는지는 공시하면서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품을 얼마나 차단했는지는 공시하지 않은 것이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의 목표 15는 대기업이 사업장뿐 아니라 공급망과 가치사슬 전반의 생물다양성 의존·영향·위험을 평가하고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목표 5는 야생생물의 이용과 거래가 지속가능하고 안전하며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플랫폼 기업에 적용하면 자연 관련 경영 범위는 데이터센터의 토지·물·전력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을 검색하고 추천하며 광고하고 결제하게 하는지도 가치사슬의 생물다양성 영향이다.
다음 번 네이버의 자연관련 공시에서 네이버스토어의 생물다양성 정책과 실제 제품 판매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메워졌는지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업장에서는 '부분 전환', 전사 경영은 아직 미완성
네이버의 자연자본 공시는 2021년의 건축·녹지 보전 설명에서 2025년의 TNFD 기반 의존·영향·위험 분석과 현장 생태성과 공시로 발전했다. 인공둥지에서 실제 번식을 확인하고, 서식지 분절과 수자원 의존을 스스로 영향 요인으로 인정한 것은 실질적인 진전이다.
사업장 운영이 이전보다 생물다양성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그러나 네이버의 경영활동 전체가 생물다양성 친화적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첫째, 번식 개체수와 서식지 질의 장기 추세, 대조지역, 순손실 제로 또는 자연 순증가 목표가 없다. 둘째, 데이터센터의 전력·장비·건축자재 공급망 영향이 빠져 있다. 셋째, 스마트스토어에서 야생생물과 수렵도구가 노출·거래될 위험이 자연 관련 중대성 평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네이버가 자연공시의 취지를 온전히 반영하려면 다음 보고서에서는 취급불가 자연 관련 상품의 사전 탐지율, 차단 건수, 평균 삭제시간, 거래취소, 반복 판매자 제재, 인공증식증명서 확인, 관계기관 통보 실적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사업장에서는 종별 개체수와 번식 성공률, 서식지 면적·질·연결성, 교란종 재발생률을 장기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네이버의 자연공시는 데이터센터 울타리 안에서 상당히 전진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그 공시가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검색과 쇼핑의 검색창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