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폭염이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기온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는 만큼 앞으로 대상포진 예방 전략에도 기온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박민영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안준호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감염 및 공중보건 저널(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2006~2019년 국내 성인 대상포진 환자 14만9098명을 분석했다.
◇수두 바이러스가 다시 깨어나는 질환
대상포진은 몸통이나 얼굴 등에 몸의 한쪽을 따라 띠 모양의 물집과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어린 시절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몸속 신경절(節)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생긴다.
피부 병변이 사라진 뒤에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극심한 신경통이 이어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고령층일수록 합병증 위험이 높다.
치료는 발병 후 가능한 한 빨리 아시클로버, 발라시클로버, 팜시클로버 등의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통증 조절을 위한 진통제나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며, 무엇보다 50세 이상에서는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권장된다.
◇기온 1℃ 오를 때마다 위험 0.46% 증가
연구진은 대상포진 환자가 진단받은 날의 기온과 같은 사람이 다른 날짜에 노출됐던 기온을 비교하는 환자-교차(case-crossover) 연구를 실시했다. 같은 사람을 자기 자신과 비교하기 때문에 흡연이나 생활습관, 유전적 특성처럼 개인마다 다른 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방법이다.
분석 결과, 일(日)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대상포진 발생 위험은 0.46% 증가했다. 기온의 영향은 폭염을 겪은 당일 가장 강했고 이후 2~3일까지 이어졌다.
또 기온이 높아질수록 대상포진 위험도 거의 직선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정 온도에서만 위험이 급증하는 것이 아니라 기온이 오를수록 위험도 함께 커졌다는 의미다.
고령층은 젊은 층보다 기온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기온이 1℃ 오를 때 대상포진 위험이 2.19% 증가해 가장 민감한 집단으로 분석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 차이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감염병의 발생 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로 평가된다.
그동안 대상포진의 주요 위험요인은 고령, 면역력 저하, 만성질환 등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주변 기온 역시 독립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특히 폭염이 인체에 강한 스트레스를 주면서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고온 환경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탈수, 전해질 불균형, 수면 부족, 피로 등이 겹치면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와 대상포진 예방 전략에도 기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