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늘렸는데 탄소배출 안 줄어… 핵심은 ‘보급’ 아닌 ‘계통’

부산대 김영덕 교수 기후변화학회지 논문
재생에너지 발전량 화석연료 발전의 2.2%
국내 실증분석 “감축 효율성 통계적으로 0”
MIT ‘기후정보 기반 입지 최적화’ 해법 제시
2026.07.23 10:17:33 댓글 0
충남 서산 대호호 수상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국동서발전]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설비를 꾸준히 늘려왔지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로 실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부산대 연구는 냉정한 답을 내놓는다.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기대했던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연구 “재생에너지 감축 효율성, 통계적으로 0"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김영덕 교수는 '한국기후변화학회지(Journal of Climate Change Research)' 최근호에 발표한 '전력부문에서 신재생발전의 온실가스 감축 효율성에 대한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의 성과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다.


연구는 2015~2024년 국내 5개 발전공기업 자료를 이용해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발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체했는지를 계량적으로 추정했다.


발전공기업의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체 평균으로 각 기업은 26만9000 kW의 신재생 발전 설비를 보유했고, 여기서 생산한 전력은 기업별로 연평균 106만2000 kWh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설비 용량은 업체당 평균 1028만 kW, 발전량은 평균 4771만 kWh 수준이었다. 신재생 발전 설비는 화석 연료 발전 설비의 2.6%에 그쳤고, 발전량도 2.2% 수준이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 효율성 파라미터(φ)'다. 이는 신재생발전이 전력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할 때,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저감했는지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이론적으로 이 값이 0보다 커야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날수록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실증 분석 결과는 달랐다. 연구에서 추정한 φ는 통계적으로 0과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챗GPT 이미지)


◇온실가스 감축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


이는 재생에너지가 전혀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생에너지 설비와 발전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서는 그 증가가 독립적으로 확인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양적인 면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있었지만, 그 확대가 화석연료 발전을 실질적으로 대체하면서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그 배경으로 현재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간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가스복합발전과 같은 유연성 자원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거나 예비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송전망 부족이나 계통 운영상의 제약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의 출력 자체를 줄이는 발전 제약(Curtailment)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장부상으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 화석연료 설비를 일부 대체했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을 충분히 줄이지 못했고, 계통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마저 제한되면서 기대했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됐다는 것이다.


연구는 이를 현재 전력 시스템에서 투입된 투자와 설비 확대에 비해 탄소 감축 성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연구는 또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비용조정계수(θ)가 1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설비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지는 일반적인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기보다 오히려 비용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가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결국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화석연료 발전의 실질적 축소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탄소 감축 효율도 기대만큼 높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풍력 발전 설비 점검. [사진=한국남동발전]


◇MIT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입지와 계통"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리잉 치우, 마이클 F. 하울랜드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미래 기후 변화와 전력 수요, 송전망 구조를 함께 고려하는 '기후 정보 기반 공간 계획(Climate-informed spatial planning)'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발전량이 가장 많은 곳이 아니라 전력망 전체 효율이 가장 높아지는 곳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고해상도 기후모델과 전력계통 모델을 결합해 풍속, 일사량, 미래 전력수요, 송전망 혼잡도 등을 동시에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국 텍사스 전력시장(ERCOT)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직관적으로는 풍력이 가장 강한 해안 지역에 풍력발전단지를 집중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미래 기후를 반영한 최적화 분석에서는 송전망 병목이 적고 지역 수요가 증가하는 텍사스 서부 지역에 풍력 설비를 우선 배치하는 것이 전력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략을 적용하면 미래 기후 변화에 따른 전력공급 위험을 크게 줄이면서도 추가 비용은 약 0.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뉴잉글랜드에서도 수요지 인근으로 태양광과 송전망을 함께 확충하는 방식이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MIT 연구는 “발전소와 송전망은 따로 계획하는 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설비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해야


두 연구의 내용은 다르지만 서로 연결된다. 김영덕 교수의 연구가 현재 전력 시스템의 비효율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면, MIT 연구는 그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국내에서도 이제 재생에너지 정책의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단순한 보급 용량 경쟁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가 실제 화석연료 발전을 얼마나 대체하고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정책 성과의 핵심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탄소 감축이라는 결과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태양광과 풍력을 설치하느냐보다, 그 설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전력망과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생에너지 정책도 '보급 중심'에서 '성능 중심', '입지 중심', '계통 중심'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발전단지 조성 단계부터 기후정보와 전력수요, 송전망 여유 용량을 함께 분석하는 공간계획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발전소와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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