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 체계가 대대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기존 RPS 중심 시장 구조를 정부 주도의 경매제도로 바꾸겠다는 방향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현행 RPS 제도를 폐지하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물량과 목표를 정한 뒤 경매 방식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시장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RPS는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2012년 의무비율 2%로 시작해 올해는 15%까지 확대됐다. 그동안 국내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를 견인해왔지만 최근에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RPS 대상 발전사들은 직접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기보다는 REC 구매에 의존하고 있어 REC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RPS 체계 아래 운영되던 REC 현물시장은 사라지고 정부가 사전에 입찰 물량을 정한 뒤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발전사업자가 신규 재생에너지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대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독소조항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채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플랜1.5는 특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보급하지 않고 일정 금액 납부로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보급대체이행' 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대체이행 상한선 규정이 없어 사실상 재생에너지 직접 보급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RPS에서 의무 대상이었던 민간발전사가 개정안에서는 '목표관리대상자'로 완화돼 실질적 규제가 약해졌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꼽았다.
플랜1.5는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인 약 10%에 불과하다"며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히려 의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사위와 본회의 과정에서 독소조항을 보완하는 수정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