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마시는 수돗물 속에 포함된 미량의 과불화화합물(PFAS)이 세대를 뛰어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발표됐다.
비록 동물 실험 결과이지만, 실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수준의 농도에서도 생식 기능 저하와 배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심한 국내 일부지역 주민들에게도 현실적인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로빈슨 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수준의 PFAS 노출이 3세대에 걸쳐 배아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의 핵심은 '현실적인 노출 수준'이다. 연구팀이 실제 호주 애들레이드 지역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PFAS 평균 농도는 L당 약 3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이었고, 이를 반영해 5ng/L와 50ng/L 농도를 실험에 적용했다. 특히 5ng/L는 미국의 강화된 수돗물 기준(4ng/L)과 사실상 같은 수준이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농도에 해당한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5ng/L의 PFAS에 노출된 암컷 쥐에서 생성된 배아는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MMP)가 감소하고, DNA 이중가닥 절단(γH2A.X 증가) 등 유전적 손상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또한 배반포 단계에서 세포 수가 최대 26~37% 감소하는 등 배아의 질 자체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영향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FAS에 노출된 어미(F0)뿐 아니라, 이후 깨끗한 물만 섭취한 딸(F1)과 손주(F2) 세대에서도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DNA 손상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F2 세대는 이미 F0(할머니) 세대의 자궁 속에서부터 PFAS에 노출된다. F0 쥐가 임신했을 때 그 태아인 F1(어머니)의 몸속에는 장차 F2가 될 원시 생식 세포가 이미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생식 세포 형태인 F2는 독립된 개체가 되기 전, F1의 태아기 단계에서 이미 할머니가 섭취한 PFAS에 직접 노출돼 미토콘드리아가 손상을 입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생식세포 수준에서의 지속적 프로그래밍 변화"로 해석하면서, PFAS가 세대 간 건강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실험에서는 별도의 농도를 맞춘 물이 아닌, 수돗물 자체(약 2.7~3ng/L PFAS)를 마신 그룹에서도 동일한 손상이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실험용 고농도'가 아니라 실제 일상적 노출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가역성 또한 확인됐다. 연구팀은 PFAS 노출을 중단하거나 항산화제(BGP-15, MitoQ)를 투여했지만, 활성산소는 일부 감소했을 뿐 핵심 지표인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는 회복되지 않았다. 이는 PFAS가 단순한 산화 스트레스가 아니라 세포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장기적으로 교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지난해 10월 핀란드 투르쿠대학교와 스웨덴 오레브로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임산부 혈중 PFAS 농도가 아이의 뇌 구조와 기능 변화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PFAS는 태반과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태아와 어린이에게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호주팀의 연구 결과를 쥐 실험이라는 이유로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낙동강 수계 수돗물에서 흔히 검출되는 농도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낙동강 수계는 이미 PFAS 오염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환경단체와 학계에 따르면 낙동강 상수원수와 정수장 수돗물에서 PFAS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국 기준을 초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부산대 오정은 교수 연구팀이 2021년 낙동강 유역 14개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시료의 77.8%가 미국 환경청(EPA)의 기준치 4ng/L를 초과했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서는 일부 정수장에서 이 기준의 두 배 수준까지 검출된 사례도 보고됐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이번 연구에서 실제 생식 독성이 확인된 농도와 겹친다는 점이다. 즉, 낙동강 수계를 이용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은 실험에서 3세대 영향이 나타난 수준 이상의 PFAS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수 기술의 한계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활성탄만으로는 PFAS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막여과 등 고도 처리 기술은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결국 사후 처리보다 오염원 차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28년까지 PFAS 수질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정수장 모니터링 확대 및 고도 정수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보여주듯 문제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호주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수돗물 안전 기준을 시급히 재설계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영원한 화합물'
과불화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에 불소 원자가 잔뜩 붙어 있는 화학물질로, 1만 종이 넘는다. 안정한 화학구조로 돼 있어 열에 강하고 가수분해·광분해·생분해가 잘 안된다.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리는 이유다.
전선용 절연체, 소방용 거품,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합성섬유 등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먹는 물에서 과불화화합물 기준이 없지만, 대표적인 과불화화합물인 퍼플루오로옥탄산(PFOA)와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 등을 감시 항목으로 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