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의 ‘4중 딜레마’…“에너지, 선악 구도로 보면 안돼”

재생·화석·원자력 에너지 상호 간 경쟁에
에너지 개발과 생태계 보존 갈등 우려돼
하나 택하면 나머지 셋이 흔들리는 구조
진훙-규제 충돌이 혁신 낳는 순기능 가능
국민적 합의 거쳐 균형 찾는 로드맵 필요
2025.09.30 13:41:05 댓글 0


30일 정부세종청사 건물 외벽의 '환경부' 표지가 '기후에너지환경부' 표지로 교체됐다. (사진=환경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30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직제 제정령이 의결되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월 1일 새로 출범하게 됐다. 기후 위기 시대에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지만, 이 신설 부처는 곧바로 고민에 처하게 됐다. 바로 네 가지 선택지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냐,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 것이냐,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것이냐, 자연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 등이다.


이런 고민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한 부처에서 이 네 가지를 모두 다루게 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네 가지 선택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택하면 나머지 세 가지에서 부작용 혹은 반작용이 터져 나오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른바 '4중 딜레마(Quadrilemma, 콰드릴레마)'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고민 (그림=챗GPT)


◇선택지 1: 재생에너지 확대


최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기가와트)는 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나 김 장관이 밝힌 것처럼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확대하면, 국제적 이슈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울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망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에 화석연료 백업 부담이 가중된다.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도 필요하지만,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리튬 이차전지 화재 때문에 우려도 커진다.


재생에너지 확대나 추가 송전망 설치는 생태계 훼손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태양광 1GW 설치에 약 10㎢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해상풍력 확대는 어획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원전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원전 산업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사진=이미지투데이)


◇선택지 2: 화석연료 사용 고수


화석연료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줄어드는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문제다. 익숙한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전력 공급이 안정화되고, 값싼 석탄을 많이 사용하면 전력 요금도 낮게 유지할 수도 있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화석연료 탓이다. 화석연료를 고집하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도 줄지 않는다. 국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 1만7000명이고, 사회적 비용 연 12조 원에 이른다.


향후 유럽연합(EU)의 국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하면 대응이 불능해져 수출 경쟁력 약화할 우려가 있다. 화석연료를 유지하면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하지 못하고,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국제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충남의 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사진=강찬수 기자0


◇선택지 3: 원자력 발전 확대


'무탄소' 전력인 원전을 늘려나가면 탄소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안정적인 기저 부하를 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전 시설 내부에서 쌓여가는 핵폐기물 처리 난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후 사회적 불신이 여전해 원전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뜨거워질 수 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투자비용이 늘어나고, 핵폐기물 처분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균등화발전단가(LCOE)가 재생에너지보다 높을 수도 있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할 부지 확보도 쉽지 않고, 건설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자칫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소형모듈원전(SMR)도 아직 개발 단계이고, 경제성 확보도 필요하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선택지 4: 생태계 보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신설 부서이지만 기존 환경부가 에너지 업무를 흡수하는 모양새여서 기존 환경부가 해온 역할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 산림·하천·해양 생태계 보전과 장기적 환경 서비스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규모 재생에너지·원전 부지를 확보하거나 송전망(에너지 고속도로)을 설치하는 것이 어려워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생태계 보존에만 매달릴 경우 기존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당연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년 40% 감축, 2050년 순배출 0) 달성도 차질을 빚게 된다.


송전탑 (사진=이미지투데이)


◇해법: “선악의 문제로 봐서는 안 돼"


네 가지 요소 중 하나에만 매달리면 나머지 세 가지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생태계 보존에만 신경 쓰면 전력 불안정과 기후목표 미달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화석연료를 고수하면 기후정책과 대기정책, 국제 경쟁력 붕괴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라면 전력망 불안정과 생태계 훼손, 원전 홀대론으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원전을 확대하면 핵폐기물을 둘러싼 갈등과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네 요소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단기 공급 안정과 장기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세밀한 전략 없이는 4중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에너지융합학과 석좌교수는 “에너지 문제를 선악의 문제, 정치적 이슈로 볼 것이 아니라 폭넓게 국민의 동의를 얻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 순위의 문제, 상대적이고 선택이 가능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환경회의를 통해 9만8500명의 시민 의견을 들었다"면서 “국민 주권 정부라는 타이틀에 맞게 국민의 의견을 듣고, 때로는 차분히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청회를 하더라도 제대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딜레마의 순기능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는 “진흥과 규제를 한 부처가 맡으면 충돌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규제로 인해 혁신이 나오는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에너지와 환경을 다른 부처에서 각기 맡았지만 크게 나아진 게 없었던 만큼 이번처럼 합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면서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룰 수도 있고, 원전 수명 연장 논란이나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풀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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