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농작물 작황량 및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농어민들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어려운 농어민들을 지원하는 농어업기후재난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 총연맹 의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열린 '농어업인기후재난금 지급 요구'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가 위기에서 그치지 않고 재난이 됐다. 대파도 금이고, 배추도 금이고 우리가 농사짓는 작물마다 다 금이라고 한다"며 “그 기후재난에 우리 농민들은 온몸으로 맞서고 있다. 어떻게든 채소 한 포기, 과일 한 알이라도 더 지키려고 밤낮없이 논밭에서 구르고 있다"며 농민들이 극한의 조건에서도 작물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호소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6~8월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보다 1.9℃ 높았다.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8월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8℃나 높았다.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602.7㎜로 평년 727.3㎜보다 적었지만, 전체 여름철 강수량 중 78.8%가 장마철에 집중적으로 내려 비 피해가 컸다. 이 비율은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름철 해수면온도는 23.9℃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1.1℃ 높았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8월 평균 해수면온도는 28.3℃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2.1℃나 높았다.
이 같은 극한의 날씨가 농업, 양식업, 해양생태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작황량과 어획량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농산물과 수산물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정작 농민과 어민들은 생산량이 줄어 생계가 곤란한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폭우와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와 마늘 같은 작물이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감소했음에도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불균형이 발생했다. 경북 지역의 사과 농가는 지난 여름 폭염과 가을 장마로 수확량이 줄었지만,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겹쳐 가격이 급락하는 피해를 입었다. 마늘과 양파도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낮아져 농민들의 손실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쌀값마저 급락하면서 농업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의 쌀값은 kg당 약 2000원으로 2021년 kg당 2600원보다 20% 이상 하락했다. 이는 많은 농가에 큰 경제적 타격을 줬고, 일부 농가는 수확기에도 가격이 오르지 않자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기후재난으로 인한 농어민들의 생계가 위기에 빠졌다며, 정부가 나서서 농어민들을 위한 기후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쌀값 폭락과 기후 재난으로 우리 농업인들의 생존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며 “쌀값 폭락에 대한 특단의 대책과 기후 피해에 대한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해 농업인의 생계를 보장하고 지속 가능한 농어촌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양옥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농민들을 고통에 몰아넣는 기후재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재해 피해를 국가가 직접 책임질 수 있도록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고 기후재난을 완화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든 농민들은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기후위기 시대의 농민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특히 “기후재난과 싸우고 있는 모든 농민들에게 기후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숨통을 열어야 한다"며 “농민의 길이 제안하고 전종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해 쌀 공정가격제도를 실시하고, 밥 한 공기 300원의 쌀값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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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