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재당선되면서 앞으로 열릴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의 힘이 빠질 전망이다. 트럼프 공약에 따라 앞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은 위축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오는 11일 아제르바이젠에서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를 주제로 COP29가 열린다.
COP는 유엔이 매년 개최하며 기후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그가 내년 1월 취임하자마자 미국은 COP에서 재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첫번째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도 곧바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바이든 정부에서 다시 가입한 상태다.
미국이 COP에서 빠진다면 COP29에서 기후재원을 모으기 어려워지게 된다. 기후재원은 저개발국 지원을 위한 기금인데, 지원이 안되면 전반적으로 글로벌 기후 대응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COP29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 직접 참석했고, 이후 지난해 열린 COP28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해 녹색기후기금에 3조9000억원을 추가로 기여하겠다고 연설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추가 기여를 약속해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협약을 탈퇴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금 기여도 사라지게 된다. 2019년 스페인에서 열렸던 COP25에서 탄소배출권 시장과 관련한 국제합의가 추진됐지만 미국 등의 반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는 글로벌 기후 대응을 한참 후퇴하게 만들 수 있다.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도 힘을 잃게 됐다. 바이든 정부의 미국은 이번 협약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감축안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설사 협약에서 생산 감축안이 통과되더라도 트럼프 정권이 협약 탈퇴 또는 이를 폐기할 게 뻔할 것으로 업계 및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힘을 잃고, 화석연료가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주요 기후에너지관련 공약은 파리협정 탈퇴, 전기자동차 의무 제거, 해상 풍력 에너지 개발 중단, 전략 석유 비축량 즉시 보충 등이 있다.
트럼프 정부 당시 고위관료들로 구성된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America First Approach to US National Security'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며, 기후 의제에 치우친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으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만 높아졌다. 셰일 등 미국이 가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미국의 화석연료 규제 완화로 우리나라 입장에선 LNG 도입가격이 떨어져 전력도매가격(SMP)이 낮아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전 적자 완화와 에너지가격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다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은 재생에너지 업계, 주로 미국 내에서 IRA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아온 한화솔루션 같은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배터리 회사들도 IRA를 믿고 투자를 많이 해온 만큼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업계에서는 내부 대책 보고서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 폐지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 미국의 테슬라도 있는 만큼 전기차 보조금은 없애지 못하더라도 외국투자 기업 생산세액공제 등은 축소하거나 없앨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원전 업계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미국은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원전 프로젝트들도 지연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은 화석연료 발전원이 원전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원전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원전이 가장 저렴한 만큼 정부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원희·전지성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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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