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미국 대선, 에너지 및 기후 쟁점과 한국의 대응

2024.09.19 10:58 댓글 0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미국 대선이 불과 한 달 반 뒤로 다가왔다. 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겠는데, 그 근소한 차이를 가를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책이다.우리 시간으로 9월 11일 오전에 방영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양 후보 간의 TV 토론에서도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었다. 그 중에서도 셰일 가스 생산과 관련된 수압파쇄법, 즉 '프래킹(fracking)'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근거를 둔 전기차 보조금 관련 사안은 두 후보의 정치적 성향을 대조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사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선 프래킹 관련된 문제는 이번 선거의 승부를 가를 경합주,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주(州)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안이다 보니,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이번 TV 토론 중에도 후보 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트럼프는 줄곧 셰일 가스 생산을 장려해 왔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셰일 가스를 핵심 경제 성장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 프래킹을 통한 셰일 가스 생산은 미국의 에너지 자립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2022년 미국이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부상하는 데 기여했으므로 재선에 성공한다면 프래킹 규제를 완화하고, 셰일 가스 생산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한편 해리스는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만 하더라도 프래킹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우(右) 클릭' 했다는 비판을 마주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해 전면적인 반대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프래킹을 금지할 것이라고 거듭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문제에 이렇게까지 두 후보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프래킹을 비롯한 셰일 가스 생산이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지역에서 막대한 규모의 고용을 창출할 뿐 아니라 지역의 세수 및 예산과도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에 관해서는 해리스가 훨씬 적극적이다. 그녀는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미국 내 전기차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망가뜨리고 중국에게만 이득을 가져다 줄 뿐이라고 비판하며, 본인이 당선된다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면서 전기차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전기차를 주요 차종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회의적이며, 보조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은 결국 또 다른 경합주에 해당하는 미시간주나 조지아주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미시간은 그야말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다. 따라서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반대 입장은 미시간의 일부 노조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미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GM)도 전기차 전환을 위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한편 조지아 같은 지역에는 현대차나 SK온과 같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여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조지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기후 기술, 특히 전기차 관련 산업이 부흥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양 후보의 정책적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요컨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셰일 가스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의 안정성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처럼 미국으로부터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국가들에게 유리한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축소된다면 전기차 관련 투자와 기술 개발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는 한국의 관련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프래킹 규제가 강화되면서 셰일 가스 생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은 대체 공급처 확보를 고심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같은 기후기술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미국 내 한국 전기차 기업들의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누가 당선 되더라도 모든 분야가 다 수혜자가 되는 상황은 발생할 수 없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대선 결과 여하에 따라 대응 전략을 신속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전기차 관련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같은 정책을 활용하여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셰일 가스 생산 축소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민·관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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