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고객이 불평할 때가 최고의 마케팅 기회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2024-03-06 08:35:19 댓글 0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고객이 불평할 때야말로 최상의 마케팅 기회다." 이 말은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일본경영의 신으로 추앙하며 인용하는 말이다. 그의 불평하는 고객에 대한 예찬론은 계속된다. “고객의 불평을 듣고도 내버려 둔다든가,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그 태도가 조금 불성실하다는 것은 '나는 사업할 생각이 없소'라는 말과 같다. 이 경우에는 어떤 사업이든 그만두는 것이 좋다. 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강력한 경쟁사가 아니라 바로 고객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평할 때가 최상의 마케팅 기회인 것은 기업 경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2002년 4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인천 경선장에서 이인제 후보가 비장의 무기로 노무현 후보의 장인이 6·25 때 좌익활동으로 부역했다는 가슴 아픈 가족사를 먼저 꺼냈다. 바로 이어 노무현 후보는 장인의 좌익활동을 인정하고, '지금은 자식 잘 키우고 서로 사랑하며 잘살고 있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만 대통령 자격 있는가?'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그날 노 후보의 당당하고 솔직한 감성 연설은 여성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 말은 공수를 180도 바꾸는 절묘한 신의 한 수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최상의 마케팅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의 사례를 본다. 2024년 1월 18일 전북의 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 기조를 바꿔달라'고 말했다가 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갔다. 2024년 2월16일 윤 대통령이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장에서 축사하는 가운데 검은색 학사복을 입은 한 졸업생이 윤 대통령이 선 곳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이 학생은 '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경호원들이 이 학생의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졸업식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후 이어진 한국의 연구·개발 예산의 확충을 약속하는 윤 대통령의 연설이 공허하게만 들렸다. 만일 윤 대통령이 경호원들에게 졸업생이 질질 끌려 나가는 것을 제지하고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빌려 공약을 발표할 수 있는 최상의 마케팅 기회를 날려버린 결과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대응은 2013년 11월 이민 개혁안 연설에서 본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처와 완전히 대조를 이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 도중 한 청년이 소란을 피우자, 이를 만류하려던 경호원들을 직접 제지하며 대화와 연설을 이어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괜찮다, 청년들을 그냥 두시라. 내가 마무리 지을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만류하는 듯한 손짓을 취했다. 그러자 이 남성들은 퇴장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난 이 젊은이들의 열정을 존중한다. 왜냐하면 이 청년들은 진심으로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거니까"라며 연설을 이어갔다. 국민의 불평하는 소리를 외면하는 정치인은 자동차 엔진의 소음을 차단벽으로 둘러싸서 방음하는 것과 같다. 이 경우 차 안은 조용하겠지만 엔진 사고의 위험은 커진다.

자동차 엔진 소음은 엔진의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엔진은 소음을 통해서 운전자에게 기체 결함을 사전에 알린다. 그런데 이를 차단하면 엔진이 큰 고장을 일으키는 재앙이 일어난다.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300번의 위험 소지가 있으면, 29번의 소형 사고가 나고, 29번의 소형 사고가 나면 1번의 대형 사고가 난다. 그러므로, 대형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사소하지만 300번의 사고의 위험 소지를 없애야 한다. 하찮지만 300번의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면, 정치인은 큰 재앙을 면할 길이 없다. 이것이 하늘의 이치다. 불평하는 고객이 아름다운 이유다. 그들이 불평하지 않았다면 묻혀버렸을 위험의 소지를 현재화시키는 공이 있다. '칭찬하는 고객은 고작 8명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불평하는 고객은 무려 22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라는 미국의 마케팅 전문 TARP 사의 굿맨의 법칙을 유의할 일이다.

 

윤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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