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안전카르텔’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2024-02-27 08:09:19 댓글 0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법률가 키르히만(Kirchmann)은 “법률가는 엉성한 실정법으로 말미암아 튼튼한 나무를 버리고 썩은 나무를 먹고 사는 벌레가 되고 말았다"고 일갈했다. 이 주장을 안전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빗대어 말한다면 로펌뿐만 아니라 정부, 안전컨설턴트, 안전학계 등이 '카르텔'을 형성해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썩은 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원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안전이 흔들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카르텔의 중심에 학계가 있다. 안전학계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관한 중요이슈에 대해 학문적으로 대안제시는커녕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학회 학술대회에 학술토론이 없고 학회가 친목단체와 다를 바 없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더욱 학계로서의 전문적 권위는커녕 존재감조차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에 편승해 안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데 급급한 자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에 관한 학문적 역량이 의심스러운 '무늬만 학자'인 자들이 교수라는 감투를 쓰고 엉터리 연구와 자문, 평가를 하면서 안전을 오염시키고 있다. 학자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다. 심지어는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안전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관심을 악용해 아예 드러내놓고 '학위 장사'를 한다.

로펌과 안전컨설팅기관은 공포마케팅을 통해 '묻지마' 컨설팅을 부추기고 있다. 안전을 제대로 공부한 적 없는 이들은 실질적 안전이라는 염불보다는 돈벌이라는 잿밥에 여념이 없다. 엉성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기 삼아 기업을 대상으로 한몫 챙기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안전관계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아마추어들이 대놓고 전문가 행세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과 공포분위기 조성이 아마추어의, 아마추어에 의한, 아마추어를 위한 안전컨설팅 시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 휘둘리거나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하는 기업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동조합도 겉으로 내거는 명분과는 달리 안전카르텔을 간접적으로나마 조장하고 있다. 소위 강성노조일수록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은 따지지도 않고 엄벌만능주의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다. 이들은 평상 시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안전을 주로 회사 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노조입장에선 모호하고 지키기 어려운 법일수록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만큼 좋은 법이 없을 것이다.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결여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에 날개를 달아줬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기관은 CEO를 피의자로 소환하고 본사를 손쉽게 압수수색한다. 실제로 로펌과 대기업에서 수사기관 출신 '전관'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법원칙에 맞지 않는 자의적 법집행의 남발은 기업으로 하여금 '전관'을 찾게 하는 주범이다. 기업에게 예방역량 강화라는 정공법보다는 편법을 동원하는 유혹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작업중지명령 해제위원회'라는 제도와 이의 자의적 운영이 전관을 이용해 작업중지명령을 빨리 해제하도록 로비하게 하는 꼼수를 쓰게 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후 남발하는 안전보건진단명령도 흑심을 품은 전관이 활개 치게 만드는 온상이 되고 있다. 경험상 실질적 재발방지보다는 전관을 활용한 대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잘못된 법제도와 그 운영이 안전카르텔의 텃밭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려고 하기는커녕 되레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주무부처에 이 문제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안전카르텔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제공한 측면이 크지만, 이 문제를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윤석열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안전카르텔에 손을 대는 것은 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정의와 공정과도 부합한다. 정부가 힘 있게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하려면 역시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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