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으로 건설현장의 작업환경이 악화돼도 노동자에게 추가적인 임금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용이 불안정한 건설 일용직 노동자일수록 폭염에 따른 작업환경 만족도는 낮아졌지만, 폭염 위험을 감수한 데 따른 추가적인 임금 보상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로 폭염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비용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의 임금 조정만으로는 이를 보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의 김지태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및 자원 경제학(Environmental and Resource Economic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김 박사는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와 지역별 기상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폭염이 누적될수록 일용직 만족도 하락
김 박사는 2001~2022년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 건설노동자의 자료(전체 1만4524건의 패널 관측자료)를 대상으로, 조사 시점 이전 30일 동안 최고기온 35℃ 이상인 날이 며칠 있었는지를 누적 폭염 노출 지표로 삼았다.
분석 대상의 약 40%는 일용직이었으며, 약 58%는 구조물 작업·도장·용접·중장비 운전·일반 건설노동 등 열에 취약한 직종에 종사했다.
전체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면 폭염과 작업환경 만족도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일용직에서는 폭염 노출이 많을수록 작업환경 만족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아졌다. 폭염에 취약한 직종의 일용직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임금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폭염 노출과 실질 시간당 임금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노동자는 물론 일용직과 폭염 취약 직종의 일용직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임금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용직의 경우 폭염 노출 하루가 늘어날 때 실질 시간당 임금의 추정계수는 -0.004로 오히려 소폭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여러 모형과 변수로 검증한 결과도 비슷했다. 따라서 폭염이 심해질수록 위험하고 불쾌한 작업환경을 감수하는 노동자에게 시장 임금이 충분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상적 임금격차' 이론과 대비돼
이는 노동경제학의 '보상적 임금격차(compensating wage differentials)' 이론과 대비된다. 위험하거나 불쾌한 일을 하는 노동자는 그만큼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건설업의 일용직·하도급 중심 고용구조에서는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해 폭염이라는 새로운 노동환경 위험이 임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건설노동자의 약 48.6%가 2022년 기준 일용 또는 임시직이었다는 점도 연구진이 주목한 부분이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문제는 폭염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폭염에 따른 작업환경 악화가 노동자의 소득이나 임금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의 비용이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를 보상적 임금격차 이론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노동시장의 제도적 한계로 해석했다. 임시고용, 하도급 구조, 낮은 교섭력 등으로 인해 폭염 위험과 임금 결정 사이의 연결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폭염 대응도 단순히 작업을 중단하거나 노동자 개인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김 박사는 논문에서 “시장 임금 조정만으로 부족한 만큼 폭염 안전기준, 작업·휴식 지침, 취약 노동자 보호 등 제도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폭염이라는 기후 리스크가 임금시장에서는 충분히 가격화되지 않고,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은 취약한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