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이 늘면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전력 구매자의 신용위험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기업과의 장기계약이 확대되면서 구매자의 신용도와 계약 해지 가능성까지 따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판수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는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동 개최한 'AI 시대의 에너지법·정책과 ESG' 세미나에서 최근 재생에너지 PF 시장의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직접 PPA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최근 규모가 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직접 PPA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PF 관점에서는 계약 상대방에 대한 신용위험이 새로운 고려사항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PPA가 없기 전에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공기업이나 전력거래소에 전력을 판매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발급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는 발전공기업에, 전력은 전력거래소에 파는 구조다. 국가와 유사한 수준의 신용도를 가진 한국전력 자회사들이 거래 상대방이었던 만큼 전기를 팔고도 돈을 받지 못할 위험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직접 PPA에는 민간기업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걸 허용한다. 기업은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위해 직접 PPA를 이용한다. 이에 현재 재무상태가 양호한 기업이라도 PF는 통상 15~20년의 장기 금융이라는 점에서 계약기간 동안 구매기업의 신용도가 유지될지를 금융기관이 따져야 한다.
김 변호사는 “지금 당장은 좋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20년 뒤에도 괜찮을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며 “이 같은 신용 리스크가 최근 PF 계약 조건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구매기업의 부도나 계약 불이행뿐 아니라 중도 해지도 주요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PPA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발전사업자의 현금흐름이 줄어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상대방의 신용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신용보강을 요구하거나 계약 해지 시 투자비 일부를 회수할 수 있는 '해지 시 지급금' 등의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PF의 위험 요인은 PPA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계통 제약과 출력제어 역시 발전량과 매출을 떨어뜨리는 변수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일사량이나 풍황, 설비 고장 등을 중심으로 발전량을 예측했다면 이제는 송전망 부족에 따른 출력제어까지 재무모델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중심 시장에서 장기계약 중심 시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제도 변경에 따른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전력시장 가격, REC 가격, 계약 상대방의 신용과 해지 위험 등 매출 구조별 변동 요인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프로젝트파이낸스는 결국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라며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고정적이었던 발전사업의 현금흐름에 최근 여러 변수가 들어오면서 각각의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PF 협상의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