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온열질환뿐 아니라 각종 부상과 사고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부상 관련 사회경제적 부담은 한파 때의 3배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진하 교수 연구팀은 2010~2019년 전국 250개 시·군·구에서 발생한 20세 이상 성인의 부상 관련 입원 자료 19만8937건과 기온을 비교 분석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환경 역학(Environmental Epidemiology)'에 최근 게재했다.
◇추위·더위 모두 부상 위험 높여
분석 결과, 기온과 부상 입원 위험은 U자형 관계를 보였다. 즉, 기온이 아주 낮을 때와 기온이 아주 높을 때 부상으로 인한 입원이 많았다.
각 지역의 기온을 가장 낮은 기온부터 가장 높은 기온까지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낮은 쪽에서부터 34%(34백분위)에 해당하는 기온일 때 부상 위험이 가장 낮았다. 가장 낮은 쪽 1%에 해당하는 기온에서는 위험이 낮을 때보다 부상 입원 위험이 15.1% 높았다. 또, 가장 더운 쪽 1%에 해당하는 기온에서는 가장 낮을 때보다 15.7% 높아졌다. 한파 때보다 폭염 때 부상 위험이 더 컸다.
하지만 부상을 입는 양상은 추위와 더위 때 차이가 있었다. 한파의 영향은 노출 후 1~6일 동안 지속되면서 주로 팔·다리 등 사지 부상 위험을 높였다. 연구진은 얼어붙은 도로나 보행면에서 미끄러지는 낙상 등이 주요 요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폭염의 영향은 즉각적이었다. 폭염에 노출된 당일을 포함해 0~3일 사이 부상 위험이 집중됐고, 화상·중독·다발성 외상 등 중증 부상이 두드러졌다.

◇폭염 때 화상 2배, 다발성 외상 2.4배
부상 유형별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가장 추운 기온에서는 상지(손과 팔) 부상 입원 위험이 가장 낮을 때보다 30.8% 높아졌고 하지(발과 다리) 부상도 17.1% 증가했다.
반대로 가장 더운 기온에서는 화상 입원 위험이 약 2배, 다발성·부위 불명 부상은 2.43배 높았다. 중독 관련 입원 위험은 1.74배, 사고 및 기타 부상은 1.98배 증가했다. 다만 다발성 부상과 중독은 사례 수가 적어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연구진은 “폭염이 인지기능과 위험 판단 능력을 떨어뜨리는 데다 농업·건설업 등 야외 노동자의 신체적·인지적 수행능력을 저하시켜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 '부상 청구서' 246억원
연구진 분석 결과, 폭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 입원은 1만705건(기여분율 5.66%)으로, 한파 관련 입원 3455건(1.83%)보다 3배 이상이었다.
이에 따라 폭염 피해는 경제적 비용에서도 한파를 압도했다. 연구진이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을 합산한 결과, 폭염 관련 부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246억4940만원으로 추산됐다.이는 한파 관련 부담 78억5280만원의 3.1배였다.
폭염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것은 최고기온에서 위험도가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상 위험이 가장 낮은 기온이 34백분위에 있어서 이를 기준으로 더 따뜻한 날이 더 추운 날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또, 화상·중독·다발성 외상 등의 위험 역시 따뜻한 기온 전반에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저소득층·지방 주민에 피해 집중
폭염 피해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서도 달랐다. 저소득층의 폭염 관련 부상 입원 위험은 1.253배로 고소득층의 1.061배보다 높았다. 지방의 폭염 관련 경제적 부담도 149억5960만원으로 대도시의 94억2850만원보다 컸다.
연구진은 “농업·건설업 등 야외 노동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폭염 노출이 많고, 냉방시설 등 대응 인프라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폭염 대책의 범위를 온열질환 예방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폭염이 사고·안전과 노동, 경제적 손실을 키우는 위험 요인으로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후적응 정책에 취약계층을 겨냥한 부상 예방대책과 경제적 평가를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