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 복원해야 한다.

2024.12.09 10:58 댓글 0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윤석열 정부는 “잃어버린 해외 자원개발 10년"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을 국정과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예산보다 적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해외 자원개발 복원을 국정과제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2013년 이후 폐지한 해외 자원개발 세제 지원을 부활시키는 등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521억원까지 줄어든 예산을 네 배 이상 끌어 올렸다. 하지만 2022년 5개였던 신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지난해 2개로 감소하는 등 성과는 지지부진 하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잃어버린 10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부국에서 쌓은 인적, 물적 인프라가 크게 위축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10년의 해외 자원개발 정책은 부실 사업을 정리한 것도 원인 이지만 무조건 철수시킨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자원 가격이 오를 때 투자하고 떨어지면 팔아 버리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더구나 어렵게 확보한 광산을 정부 압박 때문에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보고 철수한 사업들이 수두룩 했다. 하지만 좋은 사례도 있다.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개발사업이다. 이 광산은 뉴칼레도니아의 대표 니켈광산 소시에테 르 니켈(SNL), 인도네시아 소로아코와 함께 세계 3대 니켈 광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광산에서 연간 최대 니켈 4만 8000톤과 코발트 4000톤을 생산할 수 있으며, 2050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 지난 4~9월 니켈 약 1만톤을 생산했으며 내년 3월까지 3만 5000톤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주도로 2006년 포스코인터내셔널, STX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까지 11억 달러(약 1조 4400억원)를 투입 했다. 한국 컨소시엄 초기 지분은 27.5% 였는데 현재 45.82%이며 그 중 광업공단이 38.17%, 포스코인터내셔널 6.12%, STX 1.52% 이다 나머지 54.18%는 일본 스미토모가 갖고 있다. 니켈은 이차전지 핵심 원료이며 합금강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 관련 예산이 2068억원 이었다.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해외 자원개발 계획을 수립한 2001년 당시 2394억원이 편성됐다. 김대중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에는 해외 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2697억원까지 늘렸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비정상으로 몰며 초토화한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을 적폐로 규정하고 2020년에 521억원까지 예산을 줄었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원외교 재개와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페루 공식 방문에서 “한-페루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한국이 다시 남미지역 진출을 하겠다는 의미다. 페루는 생산량 기준 구리. 아연(세계 2위) 등 핵심 전략광물의 부존국이자 생산국으로 최근에는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등 희소금속의 부존 잠재성도 언급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많이 투입한다고 신규 사업이 갑자기 확대되는 건 아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잘 진행된 이명박 정부 시절 386개 달한 신규 개발사업이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22년 5건, 2023년 2건 등 2년간 7건에 그쳤다. 물론 지난 정부부터 이어온 자원개발 관련 국내 생태계가 하루 아침에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핵심 전략광물의 93.5%를 수입에 의존해 해외 리스크에 특히 취약하다. 중국을 비롯 인도네시아, 필리핀, 멕시코, 칠레 등 자원보유국들의 자원국유화 내지 자원무기화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 광물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해외 자원개발은 어느 정권이든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이다. 해외 자원개발이 지속 가능할려면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더 늦기전에 민관이 협력을 통해 해외 자원개발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강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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