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적으로 오르는 등 제조기업들의 상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청정전력 공급 방식으로 RE100만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탄소 저감에 있어서는 RE100이나 CFE가 동일한 만큼 양 쪽 모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전기요금은 기업들의 성장 및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격이 낮은 무탄소에너지원(CFE)의 확보가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CFE(Carbon-Free Energy)는 기업 등 사용자로 하여금 재생에너지, 원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의 청정 에너지 및 기술만 사용하도록 하는 이니셔티브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하도록 하는 RE100보다는 청정 에너지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유 교수는 “주요 수출산업에서 전력요금 비중이 높은 편이라 전기요금은 경쟁력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작년 11월과 올해 10월 모두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해 수출주도형 제조업의 원가경쟁력을 약화시켜 중소 철강사 등 일부 부문에서는 공장의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게 현실"이라며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오히려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RE100은 기업들의 전력 조달에 대한 자율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전력 조달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이 달라지는데 무작정 재생에너지로만 100% 조달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 현재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해 4월 킬로와트시(kWh)당 200원이 넘었던 상황에 비해 1년 가까이 150원 안팎을 유지하며 안정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량 증대와 RE100 수요 증가로 REC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연간 6.3GW는 문재인 정부의 보급실적 연간 3.5GW의 1.8배에 달한다"며 “한전의 적자를 심화시키는 보조금을 늘리기보다는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경매제를 도입해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독특하게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고유가의 4중고를 겪고 있다"며 “전기와 가스 요금은 40% 가량 올랐지만 한전 및 한국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는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아 요금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긴축 건전재정으로 에너지기업의 생존 및 성장 전략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 속에서 CFE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끝으로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RE100에 대한 제약조건을 완화하고 우리 기업들의 친환경 요건에 대한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무탄소 청정에너지원을 발굴하고 기술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CFE를 고려할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재생에너지 수급 매칭부족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 및 대체하는 에너지를 매칭해야 한다. RE100과의 보완성을 염두한 CFE 인증서 제도 설계를 위해 전력수급계획과 전기사업법을 수정하고 인증서 거래절차를 전력시장 내로 제도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길 잃은 RE100⑮] 주요국, RE100에서 CFE까지 점차 확대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