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 위해 수요자원시장 활성화 필요

2024.08.13 10:58 댓글 0
▲하윤희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신선식품 유통업체에서 냉장고를 몇 시간 동안 꺼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고, 대형 공장이 10분 정도 멈춰도 제품 생산에 지장이 없다면?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원격 제어시스템이 실제로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여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에너지전환 하면 우리는 항상 태양광, 풍력, 원자력 같은 무탄소 전원을 떠올리고 무엇이 더 나은 대안인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자원들은 전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전력 시스템에서 공급이 한쪽이라면, 수요가 반대편에 있다. 수요 측에도 중요한 역할이 있다. 가정, 공장, 쇼핑센터, 건물이 전기를 덜 사용하면 그만큼 전기를 덜 생산해도 된다. 그래서 이런 수요 자원을 'First Fuel'이라고 부른다. 이는 생산 이전에 덜 사용하고, 사용하는 시간대를 조정하면 발전소를 덜 지어도 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연료라는 뜻이다.

수요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수요자원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DR(Demand Response) 제도로, 신뢰성DR, 경제성DR, FastDR, 플러스DR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은 전력계통에서 예비력이 부족할 때, 또는 대규모 발전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발동된다.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이 제도에 참여를 약속한 공장이나 건물의 전력을 차단하여 대응한다.

태양광, 풍력처럼 전력수요에 맞춰 생산이 어려운 발전기가 많아질수록 DR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무더운 장마철에 전력수요는 폭발하는데 태양광 발전이 멈출 때를 대비해 가스나 석탄발전소를 예비적으로 운영하고 가뜩이나 확충이 어려운 송전선로를 추가적으로 건설하는 일 같은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력계통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또한 피크 때 가장 비싼 가스발전기가 가동되는 것을 막아 소비자는 비싼 전기를 쓰지 않아도 되고 한전은 전력 구입비를 낮출 수가 있어 가격 편익도 높다. 대부분 피크 때는 가스발전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화석연료 발전을 줄여 온실가스도 감축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DR이 계통 신뢰도가 위협받는 경우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발전기처럼 활용되면 전력시장이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전력소비자는 빨래하는 시간을 옮기고, 소등하며, 전기차로 충방전을 해 전력시장에서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은 DR에 참여해 수익을 올리고 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발전소와 송배전망 건설 수요를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WattCarbon이라는 플랫폼이 DR 프로그램을 통해 줄인 전력 사용량을 탄소배출권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DR 참여 기업들은 그들의 탄소 감축 효과를 탄소배출권 형태로 인정받을 수 있다.​ 덴마크와 독일 같은 국가들은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DR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발생한 탄소 감축 효과를 인정하고 이를 배출권 형태로 보상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DR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술, 경제적 보상, 제도 개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미 기술은 준비되어 있고, 시장에서도 지난 6월 주식시장에 상장된 그리드위즈와 같은 기업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제적 보상을 강화하고, 수요 자원을 일차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이를 통해 일반 전력 소비자와 기업들이 DR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이는 전력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DR과 탄소 배출권의 연계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환경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 구축이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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