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천연수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2024.08.05 10:58 댓글 0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즈음 국내 수소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청정수소의 '원년(元年)'이 될 것이라며, 청정수소 관련 지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가, 막상 뚜껑이 열려 관련 제도의 내용이 발표된 이후 국내 업계의 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차갑게 식은 듯하다. 아무래도 청정수소에 대한 지원 혜택이 석탄·LNG화력발전소와 연계된 대규모 해외 암모니아 공급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 때문인 듯하다. 흥미롭게도 이런 청정수소를 대신해서 조야의 관심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천연수소(Natural Hydrogen)이다.

사실 일반적인 '수소'는 원유·천연가스 등과 같은 '천연자원'이 아니다. 이보다 원료를 투입,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조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자동차·스마트폰 등과 같은 공산품에 가깝다. 이 같은 수소의 특징이 그 동안 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논란의 지원지가 되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조과정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문제가 발생하여, 청정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했던 것이었고, 제조과정을 위해 장치산업으로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었으며, 전기나 천연가스와 같은 원료가 투입되기에 언제나 경제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천연수소는 이런 제조과정 없이 자연에서 생성된다. 지구의 지각과 맨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지질학적, 화학적 과정에 의해 생성되는데, 이 과정은 사문석화(serpentinization) 반응, 방사성 붕괴, 고온 고압 환경에서의 화학 반응, 유기물의 열분해 등으로 구분된다. 가령 사문석화 반응은 감람석과 같은 저규산 광물이 물과 반응하여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대륙판 경계나 해양 중심부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또한 방사성 붕괴는 우라늄, 토륨 등의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의 화학 반응은 지하수와 철 광물이 깊은 지하의 고온 고압 조건에서 반응하여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하며, 유기물의 열분해는 지각 내 유기물이 고온에서 분해되며 수소를 방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천연수소는 지구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지표로 이동하여 저장되며, 이를 채굴하여 공산품이 아닌 '천연자원'으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러한 천연수소의 탐사 및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말리의 보라케부구는 천연수소 탐사의 중요한 거점으로, 그린스톤벨트 지역에서 이미 순도 높은 천연수소가 발견되어 하이드로마(Hydroma)사 주도로 상업적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골드하이드로젠(Gold Hydrogen)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는 최대 500미터 깊이에서 순도 80%의 천연수소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상업적 생산을 위한 충분한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의 중서부 지역에서도 천연수소 탐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상업적 생산을 위한 첫 시추가 시작되었다. 또한 스페인의 피레네산맥 중심부에서도 천연수소 시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서의 탐사 활동은 천연수소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만큼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각국이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2년 10월 지구 지각에는 수 조톤의 천연수소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중 10%만 사용해도 현재 소비량을 전제로 수 천년 동안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천연수소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천연수소의 채굴 비용도 기존 제조과정이 필요한 수소보다 낮을 수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기존 수소를 압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천연수소는 향후 궁극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이를 알아본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는 2023년 7월 미국 중서부 지역 천연수소 탐사 스타트업 콜마(Koloma)에 9,100만 달러, 한화로 약 1,260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4년 2월, 미국 최고의 연구소, 대학 및 민간 기업에 천연수소 관련 연구 보조금으로 약 2,000만 달러(한화 270억 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석유에너지연구소(IFPEN)는 2010년대부터 천연수소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호주 지질과학원도 2021년 천연수소 연구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주로 국회나 언론, 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천연수소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땅 속에서 수소 측정' 기술 개발을 제외한다면, 아직 별다른 정부의 정책적 차원에서의 접근은 사실상 거의 전무하다. 더욱이 한발 앞서 이를 이끌어내야 할 공공 연구기관들의 관심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신주의(補身主義)를 벋어나 격변하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 있는 혜안으로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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