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전력산업연구회는 “AI발(發) 전력수요 폭증의 시대, 전력산업 준비되었나?"란 제목의 정책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흘에 하나꼴로 새 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은 2030년까지 AI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가 뉴욕시가 7개 새로 생긴 것과 같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엄청난 전력수요 폭증 추세에 우리 전력산업은 준비되어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 본 세미나의 취지였다.
발제를 맡은 전남대학교의 전우영 교수는 전기화와 AI의 영향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38년 목표수요 대비 약 31%의 전력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하였다. 전교수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의 90% 이상이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어서 상당부분 수도권에 편중된 수요를 고려할 때 앞으로 수요-공급의 지리적 불일치가 클 것으로 지적하였으며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계통보강에 100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지난 60여년간 우리 전력산업의 3대 주역이었던 정부, 한전 및 전기사업자들의 역할이 향후 모두 불확실하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와 태양광 등 인버터 발전원의 증가로 전력망과 전력계통 운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첨단 반도체 단지와 데이터센터 등이 수도권 중심으로 전개되어 지역별 불균형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지효 박사는 AI 데이터센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기집약적 산업의 성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수집과 분석모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산업혁신팀장은 산업계가 무탄소에너지 활용비용의 인상과 전력설비 일정지연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은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송전제약 지역에서 PPA가 가능해졌지만 정부는 직접 판매를 허용하는데에 소극적이며 한전은 송전망 공급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독점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 같아 전향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현보 전력거래소 본부장은 지금처럼 다기화된 전력산업 구조하에서는 전력계통 규정의 제·개정, 신뢰도 유지여부 감시 및 발전과 송전망을 아우르는 중장기 전력공급 안정성 평가 등을 담당하는 기술적 상설 규제기구를 전기위원회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조헌혁 LG CNS 단장은 현재 우리나라처럼 전력공급 상황이 열악하다면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게 AI 및 데이터센터 등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였다.
본 정책세미나에서는 우리 전력산업이 이러한 전력수요 폭증에 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참석자들이 지적하였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송전망 확충이 전력수요가 폭증하게 될 시점에는 더 큰 어려움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였다. 이와 함께 최근 시행령이 마련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정착되어 과연 지역별 차등요금이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지, 분산에너지 특구에서의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의한 전력공급에 장애가 없을지 등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았다. 송전망 확충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특별법' 및 원전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제정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아울러 현재 한전과 발전회사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전기요금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별개로 현재 공급의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에 대한 문제도 논의되면서 전력산업의 경쟁체제가 가속화될 필요성이 제기되어 전력수요 폭증에 대한 꼼꼼한 대비가 시급해 보인다.
조성봉
[EE칼럼]기후변화 대응 막는 전력시장 경쟁 부재: 한전 자회사 재통합 논쟁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