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중간선거 압승…트럼프 에너지정책 제동 걸리나

태양광·풍력 규제 완화 기대…재생에너지 정책 변화 전망
LNG 수요 영향 제한적…韓 대미 에너지투자 협상 변수 확대
기후정책 당장 변화 힘들어…2028년 대선이 분수령
2026.11.05 14:33:57 댓글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링컨 기념관에서 중간선거 전 마지막 연설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을 확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의 압박 속에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정책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의 대미 에너지투자 협상에도 변수가 추가됐으며, 미국의 기후정책 역시 장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야당인 민주당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에너지정책을 둘러싼 행정부와 의회 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가스 생산 확대에 나섰다. 전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뒤집으며 재생에너지 지원을 축소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적극 육성해왔다.


이 같은 기조는 지난해 8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재명 대통령을 앞에 두고 풍력발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재생에너지를 '세기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참여도 압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에너지정책 추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와 화석연료 투자 확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풍력 압박 완화 기대…LNG 수요는 유지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태양광·풍력 업계에는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을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하고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지원 조건을 강화했다.


이에 국내 태양광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주택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태양광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의 견제로 지원 축소 움직임이 완화된다면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시설을 구축해 현지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풍력발전 역시 민주당의 의회 장악에 따른 정책 변화가 기대되는 분야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연방 해역의 신규 해상풍력 임대와 인허가 절차를 중단하는 등 풍력발전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풍력발전의 경제성과 환경적 영향을 문제 삼으며 신규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로드아일랜드주 인근 해역에서 건설 중이던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이미 상당한 투자가 이뤄진 사업까지 중단 대상에 포함되자 사업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연방정부와 풍력업계 간 충돌이 법정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와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면 당장 LNG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더라도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가스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당시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별개로 LNG 생산과 거래가 지속된 전례가 있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을 강조했던 바이든 정부 때 미국 내 전기차 보급,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기조가 커지면서 화석연료의 쓰임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그러나 현실론에 부딪혀 LNG 발전이나 거래가 줄지 않았던 선례가 있는 만큼, 중간선거 이후 미국 내 에너지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 늘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퍼레이드에서 파리기후협정 탈퇴 행정명령 문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韓 대미 에너지투자 셈법 복잡…미국 기후정책 변화 기로

한국 정부의 대미 에너지투자 협상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재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확정됐으며, 2호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 6기와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 원자로 2기를 현지에 건설하는 원전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3호로 거론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아직 투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정책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개별 투자사업에 이견을 제기할 경우 한국의 협상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을 활용해 투자 조건을 조정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중간선거 이후에는 한국 정부가 안정적인 대미투자 협상과 한미동맹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 뿐만 아니라 입법부 우위를 차지한 민주당 진영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대미투자 협상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전통적인 동맹을 중시하자는 목소리를 내거나 개별 대미투자 내용에 대한 이견을 제기하면 한국 정부가 대미 협상 과정에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제 기후정책에 장기적인 변화 가능성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 재탈퇴를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거리를 뒀다. 다만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당장 미국의 기후협상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관건은 2028년 대통령선거다. 민주당이 정권까지 되찾는다면 2029년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미국의 국제 기후협상 복귀가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 직후 민주당의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장 탄핵 추진에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의회 차원의 조사와 정책 견제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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