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간 전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가 송전혼잡으로 한국전력의 구입비가 줄어드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기존 발전사에 비용 부담을 전가해 정책 신뢰와 전력공급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기획에서는 송전망 확충 책임과 비용 부담의 불균형, 발전사의 경영·투자 위축이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을 짚고 신중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보완책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연내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 도입을 추진하면서 발전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전망 부족으로 비수도권 발전사의 전력 판매가격이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반면 한국전력은 전력구입비를 줄일 수 있어, 발전 투자와 송전망 확충 유인을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송전망 확충 책임이 있는 한전이 오히려 송전제약의 경제적 수혜를 보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제도 전반의 정책 신뢰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1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오는 22~23일 전남 나주에서 전력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LMP 관련 사업자 설명회를 열고 제도 도입 취지와 주요 내용을 설명한 뒤 업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LMP는 송전망 상황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도매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다. 여기서 송전망 혼잡이란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선로 용량이 부족해 전력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을 뜻한다.
송전망이 한계에 도달하면 전력이 상대적으로 남는 비수도권의 도매가격은 기존 계통한계가격(SMP)보다 낮아지고, 한전은 그만큼 낮은 가격에 전력을 구매하게 된다.
정부가 이 같은 제도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앞서 발표한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있다. 정부는 영·호남 등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이에 따른 한전의 수익 감소분을 도매시장의 지역별 가격 차등을 통해 일부 보완할 계획이다.
다만 발전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송전망 부족에 따른 부담이 비수도권 발전사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발전사는 송전망 건설이나 혼잡을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데도 송전제약이 발생하면 전력을 충분히 판매하지 못하는 데 이어 정산가격까지 낮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송전망 혼잡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한전 발전이력과 전력거래소 계통부하·전력수요 데이터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 융통선로가 송전한계에 도달한 시간은 2024년 약 65%, 2025년 약 55%로 연평균 60% 안팎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하반기에는 한계 도달 비중이 약 82.7%까지 높아졌다.
제도 발동 조건인 송전망 혼잡이 연중 상당 시간 발생한다면 LMP가 예외적인 가격 조정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상시적인 가격체계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발전사 수익 감소 폭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난해 홍익대 신훈영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LMP 도입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SMP 차이는 kWh당 약 10.16원으로 분석됐다. 이를 적용하면 1000MW 발전기를 보유한 사업자의 연간 매출이 약 600억~800억원 감소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장기적으로 신규 발전소 투자 위축이나 기존 발전원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전력 생산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한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정작 비수도권 발전사업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의 송전망 투자 유인을 둘러싼 지적도 나온다. 송전망 혼잡이 발생할수록 비수도권 발전사의 정산가격은 낮아지는 반면 한전은 전력구입비를 절감하게 된다. 송전망 부족을 해소해야 할 주체가 혼잡 상황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송전망 확충 책임 주체가 제약 상황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한전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으며, 송전망 확충과 지역별 요금제를 함께 추진하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송전망 사업 54건 가운데 20건, 약 37%가 지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송전망 확충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가격제도만 먼저 도입할 경우 망 부족에 따른 비용이 발전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LMP 도입에 앞서 송전망 부족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송전망 투자 이행과 제도 시행을 연계하고, 발전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계통제약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완하는 장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