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리에게도 미래가 필요해요”…구로 청소년들이 외친 ‘미래를 위한 금요일’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2주년…영림중·구로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 개최
소극장 메운 160여 명…풍물·댄스·합창 어우러진 ‘살아있는 기후행동’
국회 개정안에 청소년들 실망과 분노…“상한·하한 뒤 숨지 마라”
2026.08.30 10:43:05 댓글 0
28일 서울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에서 개최된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 '구로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행사장 입구에 기후위기를 마주한 청소년들의 손글씨 메시지가 적혀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2050년이면 40대가 될 텐데, 마스크 없이 밖에서 숨 쉴 수 있을까요?"


28일 오후 서울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 소극장에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8월의 마지막 금요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지역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구로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구로기후위기비상행동과 영림중학교는 28일 '구로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을 공동 개최해 청소년들의 기후행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실질적인 탄소 감축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관내 초·중·고교 학생들과 지역 주민, 교육·지자체 관계자 등 16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기후위기를 마주한 청소년들의 손글씨 메시지가 빼곡하게 걸렸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 아닌, 그저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합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에는 청소년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 2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지난 26일 국회는 5년 단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범위형'으로 담은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현장에 모인 청소년들은 이를 '기후 책임의 유예'로 규정했다.


28일 서울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에서 개최된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 '구로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 참가한 학생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참가자들은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문'을 통해 “2024년 헌법재판소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미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2년 만에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나와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오래 겪게 될 미래세대의 의견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과 미래세대의 75% 이상이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하는 경로'를 지지했음에도 국회는 이를 외면했다"며 “이번 개정안은 시험에서 100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 처음부터 60점만을 목표로 정해버린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산업계가 실질적으로 지켜야 할 탄소 배출권 거래의 기준을 상한이 아닌 하한, 즉 적은 감축량 기준으로 명시한 것은 감축 책임을 미래세대에 떠넘긴 처사"라며 “1.5℃라는 국제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한과 하한이라는 벽 뒤에 숨지 말고 기후위기와 직접 마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을 넘어선 청소년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인근 동작구 청소년 사회참여동아리 '키비처' 대표로 참석한 박주언 경문고 학생은 “2022년 동작구 폭우 참사로 학교에 산사태가 나고 최근 서울 기온이 38℃를 넘는 등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누군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청소년들이 먼저 행동해야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을 전달받은 장인홍 구로구청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의 본질을 청소년들이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며 “행정가이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구로구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탄소중립 과제들을 하나하나 챙겨나가겠다"고 화답했다.


28일 서울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에서 개최된 '2026 구로 청소년 기후 행동 선언 '구로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서 영림중 풍물 동아리 '너울' 학생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이날 행사에는 선언에 이어 청소년들의 다채로운 문화공연과 '미래를 위한 약속'을 담은 퍼포먼스로 꾸며졌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댄스와 풍물 공연, 미래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아 노랫말을 바꾼 합창 공연이 이어지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행사를 마치며 영림중 환경동아리 '그린루리' 대표 박택현 2학년 학생은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며 특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행사에 참석한 많은 어른이 함께 목소리에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고 방학 동안 친구들과 선언문을 준비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행사를 공동 기획한 윤상혁 영림중 교장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 2주년에 맞춰 탄소중립기본법의 올바른 개정을 촉구하고자 학생들과 뜻을 모았다"며 “방학 중에도 관내 혁신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1100여 명의 청소년 서명을 모으며 주체적으로 선언문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법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향후 지자체가 세부 조례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만큼은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 학교들과 연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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