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5대이자,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AI와 클라우드 산업 확산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고 있다. 대용량 380MW급 가스터빈 실증에 성공하고, Non-OEM 핵심부품 국산화 상용화까지 순항하면서 북미 시장 진출 및 대규모 수주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AI와 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의 급성장은 전 세계 전력 수요 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만 해도 AI 학습용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서버 팜 건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전 설비 증설 수요가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량은 전체 전력의 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대형 IT 기업들이 동부·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500개 이상 신규 또는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데이터센터는 대용량·상시 가동이 가능한 안정적 전력원이 필수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으로 인해 기저부하를 충족하기 어렵고, 배터리 저장기술도 아직 대형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전력공급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LNG 복합발전과 고효율 가스터빈이 현실적인 전력공급 해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 5번째·국내 유일 '380MW급 가스터빈' 실증 성공

이런 흐름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한국형 380MW급 대형 가스터빈 정격부하 실증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번 실증은 가스터빈 전용 성능시험장에서 출력과 효율 등 운전 지표를 종합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북미 보험백서 발급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신뢰성 검증 절차도 통과했다.
두산의 'DGT-300H' 모델은 국내에서 설계·제작된 유일한 대형 가스터빈으로, 성공적인 실증 완료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기반을 확보했다. 현재 북미 주요 발전사 및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과 공급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내 대형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공급 인프라 확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산 대형 가스터빈의 성능 입증으로 북미 시장 진입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Non-OEM 핵심부품 국산화로 미국 660기 시장 노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OEM 제품뿐 아니라, Non-OEM 가스터빈 부품 국산화 사업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복합화력발전소에서 자사 기술을 활용해 F급 가스터빈의 핵심부품(터빈, 압축기, 로터 등)의 시운전에 성공하며 상용 운전 단계에 들어섰다. 이 부품들은 현재 미국 내 약 660기에 이르는 F급 Non-OEM 가스터빈에서 교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부품 공급 시장만으로도 상당한 규모가 예상된다.
F급이란 가스터빈은 터빈 입구 온도에 따라 구분되는데 E급은 약 1100~1200℃, F급은 약 1250~1430℃ 수준이다. 발전용량으로 구분하면 60Hz 기준 E급(중대형)은 최대 120MW, F급(대형)은 최대 270MW이다.
내년 1월에는 가스터빈 수출 공동체 구성을 완료하고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Non-OEM 부품 국산화는 가스터빈 교체·유지보수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며 “두산이 OEM-Non-OEM 양축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서 '한국형 모델' 부상 가능성
현재 글로벌 대형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GE, 독일 지멘스에너지, 일본 미쓰비시파워, 이탈리아 안살도가 주도하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들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독자 모델을 확보한 기업이다.
특히 북미 시장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노후 설비 교체가 맞물리면서 향후 수년간 수십 GW 규모의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의 OEM 실증 성공과 Non-OEM 부품 공급 확대는 '틈새시장 공략'을 넘어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 진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증가가 가스터빈 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AI 시대에 필요한 건 전기와 냉각이며, 이는 결국 대규모 안정적 전력공급으로 귀결된다"며 “탄소중립과 계통안정성을 모두 고려할 때 LNG 복합발전은 향후 최소 10년 이상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OEM 제품의 실증 완료와 Non-OEM 부품 사업 확대를 통해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의 '숨은 승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개발·제작 역량과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 기업이 세계 가스터빈 시장 판도 변화의 한가운데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