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트럼프 2.0 시대의 에너지 정책

2024.11.25 10:58 댓글 0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제 47대 대통령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공공연하게 본인의 첫 부임일에 41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겠다고 말해왔다. WP(Washington Post)는 2022년 11월 15일부터 2024년 9월 10일까지 트럼프가 유세를 하는 하는 과정에서 '첫날'(on day one) 이라는 문구를 쓰면서 했던 공약들을 추적 정리해서 발표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불법이민자 추방과 교육개혁에 대한 공약이다. 실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첫날 불법이민자를 모두 추방하고 인종적 편견과 성적 차별의 부당함을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바로잡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지치고 법치에 소외되었다고 느낀 국민들을 자극하여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특히 에너지 부분은 다양한 언급을 했지만 핵심은 바이든 정부가 수행한 수많은 친환경 뉴딜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것이 주된 공약이다. 바이든 정부가 수행한 차량의 연료배출 강화 등 환경규제와 전기차 생산 촉진을 위한 보조금 확대 정책을 '전기차 의무화'로 지칭하며 강력하게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구온난화를 사기라고 생각하며 바이든 정부가 금지한 공공부지에 대한 유가스전 시추를 모두 허용할 것이고 중단된 송유관 공사도 재개할 예정이고 현재 불허된 LNG 액화터미널 공사도 허용할 것임을 수 차례 공약하였다. “drill baby drill"은 트럼프의 가장 유명한 유세 문구이고, 사실 그 문구 앞에 트럼프가 “frack, frack, frack"을 외치는 장면이 더 있다. 셰일(shale)오일과 가스가 묻혀있는 지역민들에게 경제회복을 약속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미국 국민들의 머릿속에 석유와 가스를 대량 시추하여 에너지와 전력가격을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인플레이션에 지치고 힘든 중서부의 소외된 러스트밸트 국민들에게 물가안정을 선물해줄 대통령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AI로 떼돈을 버는 듯한 실리콘 밸리 엘리트들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로 인해 친환경 보조금과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 태양광과 전기자동차 산업들을 매일 TV로 보면서 생활의 변화는 없고 인플레이션에 고통스러운 중산층들은 천문학적인 친환경 재정확장을 멈추고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를 회복해줄 대안으로 그를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친환경 산업이 결국 중국에 종속되고 중국만을 위한 돈잔치임을 부각시켰고 이를 막기 위해서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를 때려 미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의 메시지가 통한 것이다. 매우 이론적으로 엉성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민주당 정권하에서 법치에서 소외됐다고 느끼고 인플레이션에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느끼는 절대 다수를 투표장으로 이끌어서 선거를 승리로 만들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파리협약을 탈퇴했고 이번에도 첫날 파리협약을 탈퇴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다. 또한 금번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트럼프는 당연히 참석하지 않았고 독일 숄츠, 프랑스 마크롱, EU 집행위원장인 폰데어라이언 등이 불참했다. 주요국의 인사들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 합의한 선진국이 $300 Billion을 모아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을 줄 펀드를 마련한다는 최종안은 아무도 지켜질 거라고 믿지 않는 단순한 말장난에 불과한 합의라고 보인다. 원래부터 탄소저감 담합은 지켜지기 어려웠는데 미국이 당분간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키는 나라는 바보가 돼버린다. 모든 나라는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이제 명분이 아닌 실리를 위한 국익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새로운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현명한 협상을 통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조홍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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