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별로 없어 미달되기 일쑤였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경매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커지면서 배출권 수요가 늘어났고, 배출권 관련 규제도 완화되면서 경매 활성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이달 배출권 경매시장 입찰물량 350만톤에 501만400톤이 참여해 입찰 참여비율은 143%에 이르렀다. 배출권 경매시장에서 입찰 참여비율이 이만큼 높았던 것은 지난 2020년 1월 145%를 기록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낙찰가격은 톤(t)당 1만6000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1만원대를 회복했다.
환경부는 배출권 경매시장을 매달 1회 실시한다. 배출권을 유상할당으로 기업들에게 풀고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거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분 국가 탄소배출량으로 정해지는 'KAU23'의 경우에는 총 12번 경매가 열렸는데 그 중 8번이 미달됐다. 미달되지 않은 4번도 입찰모집물량을 20만톤까지 대폭 줄여서 나타난 결과다. KAU23의 첫 경매 입찰물량이 215만톤인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배출권 경매입찰이 계속 미달되자 경매를 조기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2022년도 물량인 KAU22의 경우 경매가 12번이 아닌 10번만 열렸다. 수요가 적어 공급 과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KAU24부터는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기업들에게 허용되는 배출량은 점점 줄고 있다. 2030 NDC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배출권 제도에 속한 기업들은 할당된 배출량만큼만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이보다 초과해서 배출하려면 초과한 만큼 배출권을 외부에서 구매해서 상쇄해야 한다. 또는 할당된 배출량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잉여 배출권을 얻어 배출권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최근 배출권을 다음해로 넘길 수 있는 이월제한 규제가 완화된 것도 최근 입찰 참여비율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열린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배출권 이월한도를 순매도량의 3배에서 5배로 완화해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배출권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마침 이월한도도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이 미리 배출권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현신 에코아이 팀장은 “기업들이 당장 배출권이 급해서 사는 건 아니지만 경매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발전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지금보다 배출권이 부족하다는 건 확실하니까 미리 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분간 경매 활성화는 KAU24 가격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