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양수발전소, 기후대응 댐이 될 수 있다

2024.09.05 10:58 댓글 0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년 9월 영국 가디언지는 북극곰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하였다. 애초 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표 멸종위기 종으로, 그동안 기후 위기의 '상징'처럼 다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지난 50년간 평균기온이 4℃나 상승했을 정도로 지구온난화 직격탄을 맞았던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북극곰의 개체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유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이 줄어들면서 사냥이 어려워져, 북극곰들이 주요 먹이였던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육지에 서식하는 순록까지 사냥하며 생존 전략을 변화시켰다. 이와 더불어, 북극곰과 회색곰의 교배종인 피즐리(pizzly)가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되었다. 쉽게 말해 북극곰이 기후 변화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면한 기후 위기 자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젠 불가피해진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런 기후 변화 적응을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준비도 최근 분주해졌다. 지난 2024년 7월 30일 환경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선정한 '기후대응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댐은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 댐 7곳, 용수전용 댐 4곳으로, 각각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권역에 분포해 있다. 각 댐은 한 번에 80~220mm의 강우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갖추고, 연간 2.5억 톤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많지만, 강수량의 지역적 분포가 고르지 않다. 또한, 특히,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고,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어 물 자원의 계절적 불균형도 심하다. 더욱이 높은 인구 밀도와 급속한 산업화로 물 수요도 높아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 패턴, 강우량 등이 변동하면서 최근 가뭄과 홍수도 빈번해지고 있다. 가령 2022년과 2023년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2022년 남부지방의 장기 가뭄으로 생활용수 부족과 함께 국가 산업단지의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도 겪었다. 특히 수도권의 주요 용수 공급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이미 용량의 94%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만일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인구의 절반에게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도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이런 기후 변화에 대한 수자원 관리 적응력 강화가 이번 환경부 발표의 기본 취지로 읽힌다.

한편 이번에는 제외되었지만, 사실 수자원 관리 적응력 강화에는 양수발전소도 한몫 거들 수 있다. 그동안 양수발전은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 하부 저수지에서 상부 저수지로 퍼 올린 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주로 발전기 겸 에너지 저장수단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다목적댐, 홍수조절 댐, 용수전용 댐 등과 유사하게 역시 '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수자원 관리 수단이기도 하다.

보통 양수발전은 물 저장 용량 및 에너지 저장 주기에 따라 다양한 분류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주파수 조정, 고주파 제거, 공급 중단 시 백업 전력 제공 등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 단위 양수발전이나 일일 전력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일 단위 양수발전 등 주로 단주기 에너지 저장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물 저장 용량을 확대하고 에너지 저장 주기를 연장하면, 계절 단위나 심지어 연간 단위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가령 계절 단위 양수발전의 경우, 주로 대형 강을 따라 평행하게 고위 저수지를 건설되는데, 주로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물 가용성이 높은 시기에는 물을 상부 저수지에 저장하고, 추가적인 대규모 전력 생산이 필요하거나 물이 부족한 가령 겨울철에 저장된 물을 하부 저수지로 방출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완화 등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물 자원의 계절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계절 단위 양수발전 외에도 양수발전을 담수나 지표수 관리에 병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령 일본 오키나와와 같이 담수 자원이 부족한 도서나 해안지역에서는 담수 대신 해수를 저장하여 양수발전을 하는 예도 있다. 이는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로 전력 불안정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만, 담수 자원이 아쉬운 제주도에 적합해 보인다. 또한, 폐광이나 채석장을 하부 저수지로 활용하여 지표수 자원의 가용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지하에 위치하기 때문에 증발 손실이 적고, 지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여 물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양수발전은 발전기 및 에너지 저장수단 즉 에너지 정책 대상인 동시 이제는 기후 위기에 적응력을 고양하는 주요한 수자원 관리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당면한 에너지와 물 문제 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련 기술개발과 실제 적용에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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