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이다. 최고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로 시작되는 송창식의 노래 '고래 사냥'이 생각난다. 공교롭게도 지난 6월 4일 동해 심해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자원 부존 가능성 찾았다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였다.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랜 자원 빈국의 설움을 떨치는 일이다. 동남해안 지역에서는 한국판 중동 꿈꾼단다. 관련 정치권이 더 앞장선다니 걱정이다. 과연 그럴까? 따져보자.
생각해 보면 이번이 대통령 등 고위정치권이 연계된 세 번째 석유발견 선언인 것 같다. 그 첫 번째는 박정희 전(前) 대통령 1976년 연두 기자회견서의 포항 원유발견 발표이었다. 검은 액체 병을 보이면서 우리 미래 희망을 강조하였다. 10월 유신 이후 정치해결 도구인 중앙정보부를 통해 막대한 자금과 보안이 필요한 석유탐사를 비밀리 추진하였다. 각가지 오해는 당연하다. 육지 시추공에 스며든 경유를 원유를 오인해 벌어진 소동이라고도 한다. 기자회견 전에 알고도 발표를 강행했다고도 한다. 정치적 목적이 가미된 포항 육지탐사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90년대 포항 영일만 일대 지역에서 해상석유 시추의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그것이 바로 1998년 7월 탐사 시추에 성공하여 2021년 말까지 우리나라 최초 상업적 가스공급을 가능하게 한 동해 가스전 사업이었다.
2005년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에 대한 한국철도공사 참여사업에 대한 두 번째 정치권 개입 논란이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의 국내 도입을 위해 북한 경유 방안 일환으로 사할린 유전투자가 내밀하게 검토되었다. 참여정부 시대 남북 화해 열풍과 이념 정치 기조에 비추어 고위층의 정치적 개입 여부는 유추될 수 있다. 계약금(620만달러)을 떼일 위험 논란으로 정치문제가 되었다. 그 후 특검 조사 등을 거쳐 하릴없이 종결되었다. 에너지개발 부문 정치실패일 수 있다.
우리나라 육지와 해저 대부분이 중생대 이전에 형성된 변성암·화산암 지질구조이다. 당연히 신석기 시대에 주로 형성된 화석연료 자원 부존이 거의 없다. 다만 포항·울산 지역 젊은 지층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부존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탐사와 개발 시도가 지속 되었다. 실패가 더 많았다. 유일한 성공사례는 동해 1·2 가스전이다. 2021년 폐쇄할 때까지 17년 동안 약 4500만 배럴의 천연가스를 생산하여 2조6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생산설비 투자비용은 약 1조2000억 원이었으니,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긴 셈이다. 그러나 인위적 투자가 없이도 천문학적 독점적 수익(地代; Rent)이 보장되는 통상적 천연 에너지 개발사업의 특성에 비추어 큰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다지'라는 말의 어원을 생각하는 것도 흥미롭다. 조선 말기 개화 초기에 외국인들의 주된 관심 투자처는 금(金) 광산이었다. 미국 서부개척의 시발점인 '골드 러시: Gold Rush)'이래 괄목할 단일 금 광산이 평안도 운산(雲山) 등지에서 발견되었다 한다. 이에 투자자인 외국인들이 자연산 황금을 다른 사람들이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노-터치(No Touch)를 연발하였고 이 말이 구전(口傳) 과정에서 “노다지"로 바뀌었단다. '노다지'라는 비속어는 성공 확률이 낮은 자원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과장하는 광산개발자(山師: 야마시)들의 무책임한 행동에서 유발된 것이다.
고위험ㆍ고수익이라는 특성상 석유-가스산업의 투자전략은 장기 수요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현이 필수적이다. 기술혁신 효과를 반영한 위험회피 조치도 강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질학과 자원공학, 그리고 에너지 경제학 간의 과학적 검증의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인간이 활용 가능한 지구 부존량 전체를 칭하는 자원량(Resources)과 그리고 경제성이 있고, 그 부존 상태가 알려진 매장량(Reserves)간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왕고래 지역은 아직 미발견 상태이지만 이론적 추론이 가능한 가상적/투기적 자원의 범주에 있는 것 같다. 이런 미확인 자원을 시추와 경제성 평가로 매장량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이에 자원량을 결정하는 지질학적 논리를 넘어 경제성 있는 매장량을 구획하는 에너지 경제학 영역으로 승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관련 정부 기관의 정책 영역이다.
무턱대고 시추만 하는 것은 비(非)과학적이다. 최근 우리 정부 및 관련 기관 발표는 실력 부족을 자백하는 수준이다. 언론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점에서 실패하면 안 갚아도 되고 성공하면 도리어 갚아야 하는 '성공불(成功拂) 융자'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돈으로 부족한 실력 부족을 메꿀 수는 없다. 고위정치권 관심이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는 더욱 없다. 지금 우리 에너지 자원 개발 주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생각해야 할 경구(警句)들이다.
최기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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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