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칼럼] 도전받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사대우
2024-03-10 09:25:36 댓글 0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이사대우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주범은 탄소이다. 지구의 온도 상승세를 막지 못하면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로 많은 피해를 볼 것이며, 나중에는 해수면이 높아져 인간이 살 수 있는 땅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탄소 흡수량이 같게 만들어 순(net)탄소 배출량을 제로(0)까지 낮춘다. 여기까지가 알려진 내용이다.

탄소중립을 한발 물러서서 보면 사회 내 여러 가치 판단 기준 중에서 지극히 도덕적이고 온전히 환경적인 이슈이다. 즉 경제적 기준에서는 탄소를 줄이는 것은 고비용-저성장일 뿐이다. 예를 들어 BP(British Petroleum) 통계에 따르면 1965년 이후로 세계 탄소배출량이 전년대비 감소했던 경우는 1974~1975년의 1차 오일쇼크와 1980~1982년의 2차 오일쇼크,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펜데믹 위기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졌던 시기뿐이다. 그런 시기를 제외하고는 탄소배출량은 언제나 증가했다. 2022년 현재 세계 탄소배출량은 343억7410만 톤으로 1965년 111억 8300만 톤의 3배에 달하고 있으며, 57년 동안 연평균 2.0%씩 늘었다.

아직까지도 배출량이 추세적으로 감소한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데 앞으로 약 26년밖에 남지 않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그러한 의구심의 근간에는 글로벌 기후 대응이라는 공공의 선(善)을 위해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회의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주 대두되는 문제로 이미 잘 사는 국가들인 선진국 그룹과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하면서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신흥공업국이 탄소중립을 바라보는 입장은 전혀 다르다. 신흥시장은 고성장이 필요하며 고성장은 많은 탄소배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역으로 신흥시장에게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고성장을 포기하게 하고 선진국을 따면 잡으려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2022년 기준으로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탄소배출 비중은 65%에 달한다. 이들 국가의 탄소중립이 없이는 세계 전체의 탄소중립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서 만약 올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또 탈퇴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탄소중립은 갈 길을 잃어 방황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주도하는 유럽 국가들의 상황도 불확실하다.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피로감과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입되는 난민으로 인한 사회 불안 등이 이슈가 되면서 극우파가 의회의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이들은 탄소중립에 대해서 지금 유럽연합의 정책 기조와 반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인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경제 논리, 사회 논리, 정치 논리 그리고 이념이 끼어들면서, 가는 길이 평야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큰 산을 만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휘어지고 뒤틀어지거나 아니면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야 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탄소중립이 지고의 선(善)이기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순진한 생각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잘 살펴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왜냐하면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조업 중심 국가인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탄소 배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성장과 삶의 질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시대 상황에 맞추어 사회 전체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탄소중립 경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이후 탄소중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선진국들의 태도 변화가 가져올 기회도 생각해 본다.

지금보다는 선진국들이 느슨한 탄소중립 기조로 전환한다면 관련 기술과 사업화에 대한 그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 이때 우리가 그들의 앞선 기술을 따라잡을 기회도 생길 수 있다. 세상은 항상 생각대로 되는 경우는 없다. 도덕적 기준으로만 세상을 보려 하지 말고 변화에 맞춘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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