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1992년 수교 당시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 비중은 전체 수출액의 3.5%, 수입의 4.6%로 보잘 것 없었다. 그러던 것이 수출을 기준으로 보면 1997년 10%를 넘어선 데 이어 2005년에는 20%를 넘어섰다. 그리고 2018년에는 대중국 수출비중이 26.8%로 치고치를 찍으며, 같은해 대미국 수출 비중(12.0%)의 두배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이는 양국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윈윈하는 국제 분업 구조가 잘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만 놓고 보면 대중국 수출 비중이 18.8%로 대미국 수출(19.6%)에 역전됐다. 다만 대중국 수입(비중 20.5%)은 대미국 수입(11.8%)보다는 높아 공급망 측면에서 대중 의존도는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시장으로서의 중국 경제에 대한 위상이 약화되는 데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이 가장 큰 원인이 이지만, 중국 기업의 경쟁력 상승으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점유율 하락과 미·중 갈등에 따른 서방 세계의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의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 침체 요인은 단기적인 리스크여서 경기 순환 관점에서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나머지 두 개의 요인은 상당 기간 우리에게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중 간의 헤게모니 전쟁이 지속된다면, 결국 양국 간 무역, 투자, 기술 등의 관계에서 단절이 발생하면서 블록화가 진행될 것이고, 중국 시장은 더욱 폐쇄적으로 되는 것과 동시에 개방성을 잃어버린 중국 경제가 외부 혁신 동인을 상실하면서 저성장에 빠지게 돼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속도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패권 전쟁에서 유래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말이 지금의 중국이 처해 있는 입장을 명확히 보여주는 키워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문제는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패권국과 신흥국의 갈등이 해소되는 데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승패가 갈려 명확히 서열이 정리가 돼야 끝났다는 경험이다. 이제 시작된 미·중 전쟁이 장기간 우리에게 불확실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가 이 갈등을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틀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의 대응 방법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보기가 두 개인 이지선다(二枝選多)의 객관식 문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상황을 봐가며 가운데서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일부에서는 중국 시장에 주력하면서 대체할 시장을 마련해 두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나, 등거리 중립 외교적 접근 방식을 가져와 양국의 갈등을 이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는 '스윙보터(Swing Voter)' 전략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단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시장 규모나 생산기지 입지 측면에서 중국을 대체할 국가는 거의 없다.
인도 시장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면 인도 시장은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또한 가운데서 '스윙보터'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겠다는 전략도 과연 우리 생각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그럴싸해 보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할까?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제시되는 이러한 전략은 정부 차원의 대응에나 적용될 수 있는 제한적 용도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장의 대응은 이처럼 판에 박힌 것처럼 명확할 수 없다. 산업에 따라서, 기업에 따라서도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 난제에는 솔루션이 없다. 어떤 답도 틀릴 수 있고, 어떤 답도 맞을 수 있는 해답지가 존재하지 않는 주관식 문제다.
주원
[주원 칼럼] 도전받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202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