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에너지 위기시대, 국가 차원 LNG 비축 강화가 해법이다

송형상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정책연구팀 선임연구원/경영학 박사
2024-01-05 09:01:14 댓글 0
▲송형상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정책연구팀 선임연구원/경영학 박사


에너지 안보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 주요국들은 가스 등의 자원안보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의 파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유럽연합은 동절기 가스비축과 공급망 다변화 등의 전략을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주요 실천과제로 천명하고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천연가스 비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 시점에서 천연가스는 건물의 난방취사 연료로서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이며,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믹스에서도 주요한 발전원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원자력수력재생에너지석탄발전을 기저발전으로 놓고, 천연가스발전을 첨두발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저발전의 불시고장 및 이상기온 등 발전시장 내 변동성을 천연가스가 맡는다.

발전원으로서 천연가스의 특성은 천연가스 수급위기 시 그 여파가 민수용 난방·취사에 한정되지 않고, 전력시장과 연계되어 에너지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한다.

유럽연합 등의 주요국이 천연가스 비축 제도를 강화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천연가스의 광범위한 활용성과 파급성 때문이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직후 유럽연합은 가스안보 강화의 일환으로 2022년 11월 1일까지 저장시설용량의 최소 80%, 2023년 11월 1일까지는 최소 90%의 가스비축의무를 법제화 하고 추진하였다.

이러한 상시 가스비축제도를 운영 중인 주요국가 중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이 많으며, 1차 에너지소비 및 발전믹스 내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스페인의 비축 사례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크 할 만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산업 구조 한국과 유사한 스페인, 시장참여자 모두 동등하게 천연가스 비축의무 가져

스페인은 유럽에서 천연가스를 LNG 형태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2022년 천연가스가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7%(한국 17.5%)이며,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4%(한국 27.9%)나 된다.

이 같이 스페인은 천연가스가 국가 에너지 시장에서 자리한 위치와 역할이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하다.

또한 스페인의 2022년 LNG 수입량은 약 2100만톤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의 LNG를 수입했다. 천연가스 소비량에서 LNG 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한국 100%)로 천연가스 수입형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스페인은 LNG 수입 외 나머지 약 10%를 배관망을 통해 PNG(파이프라인가스) 형태로 수입하고 있으므로 천연가스 수입의존도가 100%라는 점도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천연가스 수입 및 소비행태를 가지고 있지만, 천연가스 비축제도에서는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비축관리주체와 비축의무자의 범위에서 큰 차이가 발견된다. 스페인은 천연가스를 포함한 석유류의 공급 안정성(비축관리, 도입선 다변화)을 2013년부터 정부산하 중앙비축기관인 CORES를 통해서 통합 운영·관리하고 있다.

또한 1998년부터 판매자/공급자, 직소비자 모두에게 비축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했다. 즉, 천연가스를 수입하여 공급하는 사업자든, 수입하지 않고 내수 시장에서 구입하는 직소비자든 구분하지 않고 시장 참여자 모두가 비축의무를 동등하게 부담한다. 정부에서는 국가 전체 비축을 비롯한 공급안정성을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직 가스공사만 비축의무자로 지정돼 있다. 비축의 운영·관리도 가스공사가 수행하고 있다.

양국은 천연가스 의무비축량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스페인의 의무비축량은 현재 국가 총수요의 최소 27.5일분이다. 최소 안전재고 10일분, 최소 운영재고 10일분, 사용자 운영재고 7.5+a일분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사용자 운영재고의 비축일수는 최소 7.5일에서 천연가스 수요, 저장시설의 가용 용량, 사용자 운영재고 외의 비축량 등을 고려해 매년 다르게 계산된다. 2023년의 사용자 운영재고는 11.1일분으로 확정돼 2023년 스페인의 총 의무비축량은 31.1일분으로 강화됐다.

스페인의 의무비축 형태별 차이점은 안전재고는 방출 권한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으며, 운영재고의 방출 권한은 관할 부서장관이 가진다는 점이다.

사용자 운영재고량은 동계비축 의무량으로 유럽연합차원에서 부과되는 동계비축 의무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11월 1일까지 비축해야 하는 물량이다.


스페인에서는 특별히 LNG를 도입돼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11월 1일부터 익년 3월 31일까지 LNG 형태로 비축의무를 부여한다. 이러한 LNG 비축은 스페인의 동계비상계획(Winter Action Plan)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시행됐으며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다. 2021년 9월 비축의무일수는 3.5일에서 5.5일로 상향 조정됐다. 이 시기는 유럽의 풍력발전량 감소, 코로나-19 이후 에너지 수요 증가 등의 원인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점차 증가하고 변동성 또한 확대되는 시기였다.

스페인 동계비상계획에서는 LNG 비축 강화 이유가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시장 변화로 동계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동절기 예외적 공급 부족 사태의 결과를 시장이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LNG 비축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페인은 지하저장시설용량이 부족하며, 물리적인 특성상 LNG 저장시설 만이 유일하게 갑작스런 천연가스 수요 증가에 따른 즉각적인 공급을 보증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 위기와 천연가스 가격 폭등 사태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한 여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2021년 9월 LNG 비축강화제도를 시의적절하게 추진한 스페인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2021년 9월 일평균 유럽 현물가격(TTF)이 22.8달러/mmbtu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2022년 8월 69.9달러/mmbtu로 3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스페인의 2021년 LNG 비축의무 강화는 매우 적절한 사전적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 동계 LNG 비축물량을 방출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한파로 인한 기온 급감 △발전시장 수급불안에 따른 가스발전량 급증 △가스공급자의 불가항력 선언 △가스 공급 인프라 혹은 상류부문 사고 등의 경우다. LNG의 도입·공급 단계에서의 위기뿐만 아니라 국내 도시가스·발전 소비단계의 수급불균형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위기관리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페인은 비축의무제도 외에도 천연가스 공급안정성 보장 관련 의무를 판매자/공급자, 직소비자에게 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한 수입국의 의존도가 국가 천연가스 소비량의 50%를 초과하는 경우 국내 수요의 7%를 초과하는 판매자/공급자, 직소비자는 해당 국가의 수입 비중을 50% 미만으로 조정하도록 도입포트폴리오 조정의무가 부여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국가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일이 쉽게 발생하지는 않으나, 가스시장 참여자들의 도입선 다변화를 유도하고 국가 수급의무에 동참하게 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가스시장 참여자들은 매년 4월 30일까지 도입관련 세부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의무가 있고, 담당기관은 국가 도입 포트폴리오 정보를 반기별로 업데이트하고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이는 정부가 천연가스 시장 참여자들의 도입관련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해 정보 부족이나 정보비대칭으로부터 야기되는 가스시장의 수급 불안 문제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내서도 정부 주도 통합 LNG 비축 강화방안 마련해야

국내에서도 핵심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공론화돼 관련 법안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최근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대안)’(‘자특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그간 가스공사가 오롯이 국가 전체 가스시장의 비축의무를 전담하면서 그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금번 법안 추진을 통해서 직수입자의 비축의무 필요성을 인식하고 법제화하려는 노력 그 자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특법’ 안에 담긴 직수입자의 비축의무는 위기 시 한시적인 부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들 뿐만 아니라, 비축 물량 처분을 국내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되면서 핵심 자원안보에 대한 효과적인 위기 대응이라는 자특법의 근본 취지가 퇴색될 것이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및 ‘천연가스 비축의무에 관한 고시’를 통해 가스공사 판매량의 9일분을 가스공사가 비축하도록 법제화 돼 있다.

또한 가스공사 저장탱크 용량의 5%는 불용재고로 비축의무량인 9일분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2023년 가스공사의 실제적인 비축의무량은 가스공사 판매량의 11.6일분이 된다. 이는 2021년에 강화된 규정으로 이전에는 가스공사가 불용재고를 포함한 7일분만을 비축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스공사가 가스공사 판매량뿐만 아니라 민간 직수입사의 물량을 포함한 국가 전체의 비축의무와 수급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우리나라의 2023년 천연가스 비축일수는 명시된 9일분(불용재고 포함 11.6일분)보다 적은 7.6일분(불용재고 포함 9.8일분)으로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수요 기준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비축일수는 직수입사의 도입량에 따라 증감하는 함수형태가 되는데, 직수입사의 도입 변동성은 국제 LNG시황과 현물가격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국가 비축일수의 변동성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비축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가스공사의 비축의무를 통한 국가 수급 안정성의 효용을 공유하는 직수입자의 무임승차 이슈이다. 가스공사가 부담하는 비축의무 비용(비축물량 확보비용, 저장탱크 이용비용, 기타 부대비용)은 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주택용 소비자, 산업용 소비자, 발전용 소비자에게로 전가돼 분담하는 구조이다. 각 소비자들은 직수입자를 대신해 국가 비축의무에 대한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가스공사 인천LNG생산기지 전경.


만약, 가스공사가 2022년도 비축의무의 80%를 부담하고 직수입자가 나머지 20%를 부담했다고 가정하면, 가스공사는 상당량의 금액을 요금 인하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직수입자는 비축의무와 자가소비에 대한 수급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기도입 비중을 낮게 가져가면서 국제 LNG시장 시황에 따라 현물도입을 통한 수익극대화 전략을 추구한다.

문제는 이러한 직수입자의 행태가 풍선효과로 돌아와 가스공사의 도입 및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발전사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를 인용하며 직수입자가 선택적으로 도입물량을 감소시키면서 가스공사가 계획 밖의 고가의 추가 LNG현물을 구매하게 됐고, 이에 따른 발전시장의 SMP(계통한계가격) 상승이 유발돼 전기료 인상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도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에너지 격랑 속에서도 주요 민간 발전 3사는 2022년 국내 SMP 상승에 따른 수혜로 2020년 대비 영업이익이 약 3.3배 상승한 1조8877억원을 실현했다.

반면 가스공사는 미수금 약 15조원(2023년 2분기 기준), 한전은 누적 적자 약 45조원(2021년~2023년 기간)이라는 실적과 에너지요금 폭탄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자특법’에서는 위기 경보 시에만 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한시적으로 명할 수 있기 때문에 상기에서 언급한 △직수입물량에 따른 국가 비축일수의 증감현상 △직수입자의 무임승차 이슈 △에너지 기업 간 수익양극화 현상 중 어떤 한 가지도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최근의 에너지 위기와 급작스런 에너지 가격 급등의 사례를 통해서 볼 때, 위기 경보에 대한 판단과 그 시점이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우려도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페인의 동계비상계획에서는 ‘시장이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 발생’에 대해 명시하며 국가차원의 통합 비축의무를 강화한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위기 경보 발령 후 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 명령이 실제로 내려 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현재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에서도 수급 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직수입자에게 도입물량 규모·시기 등의 조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 돼 있지만, 2022년 에너지 위기 기간을 포함해 단 한 번도 직수입자에게 수급 조정명령이 이루어진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직수입자를 포함한 국가 전체의 소비물량으로 비축의무의 대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LNG 비축강화의 세부방안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해봐야 할 테지만, 스페인의 사례와 같이 국가 주도의 통합적 비축·운영 방안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국가 전담비축기관을 지정하면 전담비축기관은 국가 비축의무를 통합적으로 수행 및 운영·관리하며, 비용은 가스시장의 참여자인 가스공사와 직수입자 그리고 정부가 분담하면 된다.

통합비축은 비축제도의 효율적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에 국가수급 위기 발생 시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며, 현재 ‘자특법’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제3자 판매 문제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서도 천연가스의 역할이 여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EI(舊 BP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천연가스가 국내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5%, 발전량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9%이다.

특히, 발전부문에서 천연가스는 원자력석탄과 함께 주요 발전원으로서 중추역할과 발전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흡수하는 유연성 전원의 역할을 모두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의 수급위기 대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는 정부 주도의 국가 통합비축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서 국가 에너지 안보강화와 국민 편익 증진의 초석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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