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정치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발생한 탓이기도 하지만, 파리협정에서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제한하고자 했던 목표가 처음으로 무너진 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4년 지구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6℃ 높아졌으며, 2023년 보다 0.1℃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가장 뜨거운 한 해였던 2024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 기조가 약화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다. 미국 및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적도원칙'이나 '기후행동 100+'같은 글로벌 기후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ESG 펀드 출시를 축소하거나 기존 펀드명에서 ESG 또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금융권의 기후변화 대응 추진력이 약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이며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더욱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커져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전 임기 동안에도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약화시킨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25는 녹색 기술과 지속가능성이 미래 기술 및 경제 패러다임에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는 특히 인공지능(AI)이 사물인터넷(IoT)과 재생에너지와 접목된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에코플로(EcoFlow)의 AI 기반 홈 에너지 관리 시스템인 '오아시스(Oasis)'는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기술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여 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이는 기술적 혁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가정과 지역 사회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기술은 한국의 삼성전자에서도 선보였다.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에너지 플랫폼은 가전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AI 기반으로 사용 패턴을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번 CES 2025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이 주택뿐만 아니라 차량이나 선박, 매장이나 오피스 같은 비즈니스 공간에까지 확장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AI가 전기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해 전기 요금 절감이 가능한 것을 시연하였다.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 역시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최적화하며, 개인화된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공한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글로벌 금융 시장의 탈ESG 흐름은 녹색 기술의 확산에 단기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CES 2025에서 보인 새로운 기술들은 결국 녹색 기술이 단순히 환경적 가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과 새로운 시장 창출의 잠재력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예로서 존 디어(John Deere)의 자율 주행 트랙터는 화학 비료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 기술이 미래 식량 안보 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CES 2025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노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지라도 녹색 기술이 미래 경제와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은 되돌릴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결국 AI, IoT, 재생에너지와 같은 기술들이 서로 융합되며 미래 경제를 정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CES 2025를 통해 우리의 미래상에 대한 명확한 지표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향후에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그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적극 추구해 가야 할 것이다.
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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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