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대에서 저탄소 무탄소 시대로 전환되는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에너지 공기업의 두 축인 전력회사와 가스회사의 누적된 부채와 미수금이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힘들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에너지전환 속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낮은 에너지 가격은 국가 경제와 민생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에너지전환을 위한 에너지 공급망인 전력망과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미래에 더 많은 부담과 어려움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2050 탄소중립의 핵심인 에너지의 전기화와 수소 에너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는 도대체 누가 언제 한다는 것인가?
정상적인 에너지 요금은 환경과 기후변화 비용을 포함하고 미래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기후환경 문제를 발생시키는 분야에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에너지 가격의 정의가 아닐까? 잘못된 에너지 요금은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고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소비 감축과 저탄소로의 에너지전환, 탄소의 포집 및 저장 기술 적용 등이 동시에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은 현재 20% 내외의 전기화 비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따르면 이 비율이 45%를 넘는다. 이는 더 많은 에너지가 전력의 형태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증가할 전력은 과연 어디에서 얻어야 할까?
전력원 구성을 살펴보면 전 세계 평균은 석탄 36%, 가스 22% 수력 15% 원자력 9%, 풍력 7%, 태양광 4% 및 기타 6%로 구성되어 있어 화석연료가 60% 정도이고 수력과 재생에너지 구성이 30%에 가깝다. 한국은 석탄 33%, 원자력 30%, 가스 26%, 태양광 5% 및 기타 6%로 구성되어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원자력발전의 구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반대로 수력과 재생에너지 구성이 10% 이내로 낮은 편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무척 낮은 수준에 속한다. 한국의 2023년도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60원 정도로 영국과 이탈리아의 600원대, 일본 호주의 300원대, 미국의 200원대에 비해서도 낮다. 우리의 전기요금은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유럽국가의 1/3 수준이고 우리와 유사한 에너지자원 빈국인 일본과 비교해도 반값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가 셰일에너지로 에너지 부국이 된 미국보다도 싸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이상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당연히 한 국가의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원 부존 현황, 에너지원 믹스의 구성,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국가의 낮은 에너지 자급률, 낮은 원전의 구성비, 그리고 높은 신재생에너지 구성비를 차지할수록 전기요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93% 이상의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전체 에너지원 구성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한국에서 전기요금이 싼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낮은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누적이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문제를 넘어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에 대한 전 국민의 올바른 인식개선의 기회를 더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국민에게 에너지는 언제나 충분하게 공급받고 있고 값싼 재화라는 인식만 심어주게 될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탄소중립 노력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결국 비정상적인 에너지가격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실현을 더디게 하여 궁극적으로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정상화와 국가의 바람직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라도 실직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상적인 에너지가격 제도를 하루 빨리 실행해야 한다.
신현돈
[EE칼럼] 부산 플라스틱협약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대한다
202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