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인도 억만장자 아다니는 자신의 기업이 몇 년 동안 60억 달러에 이르는 태양광 프로젝트 발전량의 구매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인도 주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인도 연방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500기가와트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도 대부분의 주에서 송전용량과 저장공간 부족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구매자 확보는 결정적인 추가 타격이 되고 있다.
인도 지속가능 프로젝트 개발자 협회(SPDA)는 6월 27일 신재생 에너지부에 보낸 서한에서, 전력 생산 입찰을 수주했지만 구매자와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용량이 50기가와트(GW)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SPDA가 발표한 구매 체결을 못한 태양광·풍력 좌초 용량은 현재 인도에 설치된 생산가능 전력량 184.6기가와트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살펴본 아다니 그룹의 경우 8기가와트 태양광 발전용량의 구매자 확보에만 3년 반이 걸렸다. 앞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신규용량 추가가 지속될수록 고금리와 공급망 비용상승과 함께 송전과 저장용량 부족, 프로젝트 지연과 무효화가 늘어나 좌초되는 자산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이후 에너지 전쟁의 양상은 '연료'에서 '공급 인프라' 싸움으로 바뀐 지 오래다. 아무리 연료가 풍부해도 이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수요지로 공급할 인프라가 없으면 무의미해지고 있다.
또 다른 좌초자산 요인은 풍속감소 효과(wake effect)다. 올해 5월 영국 BBC는 '바람 도둑질'이란 제목으로 풍력발전 단지가 늘어나면서 서로의 발전소에 간섭현상 발생으로 최대 10% 이상의 전력생산 차질을 불러올 수 있는 풍속감소 효과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문제는 영국과 유럽이 넷제로를 위해 2030년까지 지금보다 3배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풍력 터빈을 5천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풍력터빈의 대형화를 감안한다면 풍력발전 단지의 간섭이 심해질수록 풍속감소로 인한 전력 생산 감소로 좌초자산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재생에너지 자산이 늘어날수록 사업자 간,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출력제어와 균형조정비용으로 사업자가 스스로 좌초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유럽에서 늘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전력생산 과잉공급 빈도가 늘어나면서 사업자에 대한 패널티 부과비용이 수익을 초과하자 사업자 스스로 전력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스웨덴의 솔리빈드는 수익의 절반을 임밸런스 패널티로 지불했고, 뉴발사센은 수익의 6배가 넘는 균형조정비용으로 풍력터빈 가동을 중단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늘어날수록 자산가치는 하락하고 사업자 부채는 늘어날 것이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에너지 지배전략이 글로벌 에너지 정책에 미치는 효과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이 자국의 화석연료 회귀에 국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이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국과 맺은 관세협정엔 하나같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미국은 알래스카 LNG 개발에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고 몬태나주 불 마운틴 석탄 광산 확장엔 한국과 일본 수출을 겨냥한 6천만톤의 석탄확보 계획이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아프리카에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가스와 석탄, 석유 어떤 프로젝트이건 미국이 지원할 것이라 천명했다. 이는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러시아 의존도, 에너지 자금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그 자리에 자국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트럼프 2기 전략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상대국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충격과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아직 관세 폭탄은 현재진행형이다.
8월 25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올 다양한 의제엔 알래스카를 포함한 에너지 문제도 포함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변화하는 글로벌 흐름과 미국의 요구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