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에너지복지는 기후변화의 안전판

2024.08.12 10:58 댓글 0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폭염 누적 사망자가 지난 주말 현재 11명에 이른다고 한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7월 22일은 전 지구 평균온도가 17.15℃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더운 하루가 되었다. 지금까지 기록은 평균 기온 17.08℃를 찍은 2023년 7월 6일이었다. 불과 1년여만의 기록 경신으로 여름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 세계 냉방수요도 덩달아 폭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전력수요가 4%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며, 주요 원인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에어컨 수요 증가를 지목했다. 국내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도 2020년 89.1GW에서 2023년 93.6GW로 3년 만에 무려 4.5GW가 증가할 정도로 급증 추세다.

에너지 빈곤층에게 폭염은 어쩌면 혹한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추위는 단단히 갖춰 입고 연탄이라도 때며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루 종일 이어지는 불가마 더위는 냉방 이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층의 대표적 거주 공간인 쪽방 주민에게 폭염은 그 자체로 위협 요인이다. 낮에 달궈진 열이 식을 겨를 없이 밤까지 이어지는 쪽방은 언제든 온열질환을 일으키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대개의 국민은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값싼 전기요금 덕분에 냉방기를 빵빵 돌리며 더위를 이겨나가고 있지만, 에너지빈곤층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빈곤은 인간의 존엄을 넘어 생존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빈곤이 이슈화된 것도 요금 미납으로 전기가 끊긴 집에서 촛불을 켜고 자던 여중생이 불이나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2005년부터다. 하지만 그 이후 에너지기본법,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이 제정되며 에너지복지 정책의 필요성만을 선언했을 뿐,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실질적 지원책은 거의 10년이 지난 2014년이 되어서야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시작되었다. 실질적인 에너지복지 정책을 도입한 지 겨우 10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동안 에너지 환경은 비할 바 없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기후변화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글로벌 핵심 이슈로 등장했으며, 10년 전에는 개념도 생소했던 탄소중립 가치가 현재 에너지정책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에너지복지의 중요도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탄소중립과 함께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사실상 없애는 탄소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줄이고, 원전과 재생에너지와 같은 소위 무탄소에너지 비중은 늘리는 데 있다.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증하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재생에너지 자체의 발전단가는 기술 발달과 함께 감소 추세에 있으나, 기술적으로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비중과 함께 확대될 수밖에 없는 에너지저장장치, 수소, 백업설비 등과 같은 보완설비로 말미암아 전체 시스템의 발전단가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독일의 전기가격이 인접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사실이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은 곧 고에너지 가격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에너지빈곤층의 고통은 에너지가격 인상과 함께 날로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한편,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여도 지표면의 온도는 1.5도 정도는 상승하게 된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워진다는 의미다. 더욱이 탄소중립에 실패하면, 지표면 온도의 상승폭은 더욱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탄소중립 성공에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표면 온도가 전망치보다 훨씬 높아질 경우에 대한 대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탄소중립으로 에너지비용은 높아질 테니, 이래저래 에너지빈곤층의 고충은 나날이 심해진다. 에너지복지는 기후변화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에너지복지의 규모와 범위를 기후변화 적응 정책 차원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필요한 재원은 전기가격의 정상화를 통해 마련할 수 있다.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는 생필품적 성격과 사치품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폭염과 혹한을 피할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는 모두에게 차별 없이 공급되어야 하지만, 한전의 부채를 늘려가면서까지 모든 가계에 원가 이하의 전기를 공급할 이유는 전혀 없다.


박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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